피폭피해 가장 큰 이타테 마을
핵 폐기물 수천 자루 걷어냈지만
방사능 여전히 체르노빌 수준
日정부, 이달 말 피난지시 해제
주민들 “철저히 버려졌다” 분통
11일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되는 날이다. 자연재해와 인재가 결합해 원자로 3기가 녹았고 막대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인근 주민 수십만 명은 피난을 떠났다. 녹아버린 핵연료의 정확한 상태는 여전히 아무도 모르고, 방사성 오염수 300톤이 매일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130조원을 넘어선 피해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고는 참담했지만 핵발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은 결국 방사선 피폭인데, 방사선이란 게 눈에 보이지 않고, 색도 냄새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핵발전과 관련된 정보의 축소와 은폐는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핵발전의 위험과 은폐된 진실을 수면 위로 드러내며, 안전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피해자들을 대변해야 한다. 그린피스는 1971년 미국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 환경단체로 핵발전 문제에 대해 지난 45년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이 지역에 설정된 ‘거주제한구역’과 ‘피난지시해제준비구역’에서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除染) 작업을 실시해 왔다. 특별한 작업이 아니라, 오염된 흙을 약 5㎝가량 걷어내 밀폐된 플라스틱 자루에 담는 방식이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그린피스가 2015년 6월 사고가 난 핵발전소로부터 북서쪽으로 28~47km 떨어진 이타테(飯館) 마을의 1만1,757개 지점을 측정한 결과 96% 이상에서 일본정부가 제염 작업 목표로 설정한 시간당 0.23uSv를 상회했다. 가장 높은 곳의 측정값은 30uSv/h에 달했다. 작업 범위도 민가와 도로 20m 반경 내로 제한적이다. 이타테 지역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산림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효과가 미미한 작업이지만, 이 작업으로 발생한 핵폐기물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십, 수천 개의 핵폐기물 자루가 주택과 농지 인근 노지(露地)에 그대로 쌓여 있다. 2016년 10월 기준으로 폐기물이 쌓여 있는 곳이 후쿠시마현 내에 이미 14만6,000곳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이타테 마을 대부분에 해당되는 지역에 대한 피난지시를 3월 말로 해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인당 매달 10만엔씩 받고 있던 보상금도 1년 뒤 끊기기 때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피난민들은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심각한 인권문제다.
이에 필자를 포함한 일본, 독일, 벨기에 등 방사선 방호 전문가 5명으로 짜인 그린피스 조사팀은 지난해 11월 21~27일 이타테 마을을 찾아 곧 피난지시가 해제되는 ‘거주제한구역’의 주택과 도로를 조사했다. 2011년 3월 11일 사고 당시 약 주민 6,000여명이 이타테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사고 후 방사능 구름이 마을 위를 지나가면서 이 지역이 고농도로 오염이 됐다. 이타테 지역 주민들은 후쿠시마현 내 어느 지역 사람들보다 피폭이 많이 됐다.
현재 이타테 마을에서는 제염작업 노동자와 낮에 잠깐 집에 들르는 피난민들만을 만날 수 있는데 조사팀은 피난민들이 대부분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집 주변, 텃밭, 농지, 진입로, 주위 산림에서 방사성 오염 수준을 측정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지점에서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시간당 0.23uSv를 상회했다. 주민들이 돌아와서 향후 70년 동안 받게 될 누적 피폭량은 자연 방사선과 사고 직후 피폭량 등을 제외하고도 39~183mSv(uSv의 1,000배)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매주 흉부 X-레이를 찍으며 사는 것과 비슷한 수치로, 대부분 국가에서는 자연 방사선 외에 추가 피폭을 연간 1mSv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주택 인근 산림 지역의 방사성 오염 수준은 사고가 난 지 31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공식적으로 거주가 제한되고 있는 체르노빌 인근 피난구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돌아가는 것은 결국 주민 개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들의 선택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한 주민에게는 주거 보상을 지속해야 한다. 사고 전 3대가 이타테 마을에 살았다는 피난민 미우라 쿠니히로씨는 “후쿠시마현 이타테 마을이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히 버려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난지시가 해제되면 돌아가 살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방사능이 걱정되지만 고향이자 인생의 모든 추억이 담긴 곳을 버리고 다른 지방에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식들과 손주들은 돌아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양 팔이 모두 잘린 기분”이라며 착찹해했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결코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들은 모두 이런 재난의 가능성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토 대비 핵발전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데다가, 세계 1위, 3위, 4위, 7위 규모의 초대형 핵발전소 단지가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의 대형 사고 위험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에너지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이미 구시대를 대표하는 핵발전, 석탄화력발전과 단계적으로 결별하며 안전, 건강, 경제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단계적 탈핵이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뤘고,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이 실현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처럼 핵발전 규모가 줄어드는 국가에서는 노후 핵발전소의 조기폐쇄와 핵발전소 안전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장다울ㆍ그린피스 선임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방사선 방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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