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5년 전 한국에서 철수시켰던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물론이고 중국 영향력 아래 있는 은행들에 은닉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일가의 자산을 동결시키는 방안도 대북 압박책으로 고려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당국자 및 자체 확보한 문서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지난달 28일까지 국가안보팀의 회의가 두 차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까지 포함한 모든 대북 옵션이 논의됐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도 국가안보팀이 이달 말까지 관련 회의 내용을 정리, 트럼프 대통령에 보고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에 반대하지만, 백악관 참모들은 사드 추가 배치를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북한 군사시설 선제타격도 백악관의 검토 대상이지만, 북한에 산악지대가 많고 땅속 깊이 묻힌 터널과 벙커들이 상당수여서 명중시킬 가능성이 작아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검토는 전임 오바마 정권이 다방면으로 추구한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 방안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북한의 위협이 점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 직전 단계에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사이버 작전(작전명ㆍ발사의 왼편ㆍLeft of Launch)을 지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초ㆍ중반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실패가 사이버 작전과 관련됐을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북한의 핵 전력 증강을 막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만한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북한의 위협은 미국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끈질기다”고 진단했다.
한편 북한 핵 위협과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이 가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하순 이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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