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다’는 ‘벗고, 벗는, 벗은, 벗어’에서 보듯이 어떤 어미를 만나더라도 어간의 형태가 안 변한다. 그런데 ‘(집을) 짓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만나면 ‘지은, 지어, 지으니’와 같이 어간 끝음절의 받침 ‘ㅅ’이 탈락한다. 이런 용언을 ‘시옷 불규칙용언’이라 한다. ‘낫다(나은, 나아, 나으니)’, ‘잇다(이은, 이어, 이으니)’ 따위도 시옷 불규칙용언이다.
‘(먼지가) 묻다’는 ‘묻고, 묻는, 묻은, 묻어’에서 보듯이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간의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반면에 ‘(의견을) 묻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만나면 ‘물은, 물어, 물으니’와 같이 어간 끝음절의 받침 ‘ㄷ’이 ‘ㄹ’로 바뀐다. 이런 용언을 ‘디귿 불규칙용언’이라 한다. ‘긷다(길은, 길어, 길으니)’, ‘듣다(들은, 들어, 들으니)’ 따위도 디귿 불규칙용언이다.
‘붓다’와 ‘붇다’, 그리고 ‘불다’를 혼동하는 이가 많다. ‘붓다’는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를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시옷 불규칙용언이므로 ‘다리가 붓다/부은 얼굴/눈이 부었다/편도선이 부어서’와 같이 활용한다. ‘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는 뜻의 ‘붓다’도 시옷 불규칙용언이므로 ‘물을 붓다/부어라/부었다’와 같이 활용한다.
‘붇다’는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또는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를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디귿 불규칙용언이므로 ‘라면이 붇다/체중이 붇고/국수가 불어서/몸이 불었다’와 같이 활용한다. ‘붇다’가 이렇게 활용하다 보니 기본형을 ‘불다’로 잘못 알아 ‘*라면이 불다/*체중이 불고’와 같이 쓰는 이가 많은데, 이는 잘못이다. ‘불다’는 ‘바람이 일어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다’를 뜻하는 말이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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