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아들 김한솔 동영상 등장에
시신 신원 확인 속도 낼지 주목
말레이시아에 불법 체류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현지 당국에 붙잡혔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놓고 북한과 말레이가 사실상 ‘인질 외교’를 통해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말레이 측이 합법적 대북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8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말레이 사라왁주 이민국과 해양경찰은 140여명의 북한인 근로자를 이민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사라왁주 쿠알라타타우 지역의 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유효한 취업허가증 없이 방문 비자로 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조하리 사라왁주 주지사는 “(체포한 북한인들의) 취업허가서는 이미 만료됐다”고 말했다. 구금된 북한 근로자들에게는 1인당 300링깃(약 7만8,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말레이에 거주하는 북한국적 1,000여명 대부분이 외화벌이 일꾼으로 알려져 현지 당국이 체류자격 심사를 강화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 정부는 태국으로 통하는 국경 검문을 강화하는 등 북한인들의 출국을 막은 채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 수위는 한층 낮췄다.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는 이날 “북한대사관 폐쇄나 북한과의 단교는 아직 계획에 없다. 북한 정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북측과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나집 총리는 “우리는 싸움을 걸려는 것이 아니라 금지된 화학무기를 이용한 범죄가 일어났고, 이에 말레이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 정부가 북한과의 단교를 정식 검토하기 위해 오는 10일 소집하기로 한 내각회의는 취소 내지는 의제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말레이 경찰은 이날 공개된 ‘김한솔 영상’ 진위 파악에도 나서 사건 발생 3주가 지나도록 진척을 보이지 않던 시신 신원확인 작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 경찰청장은 “(영상 등장 인물이) 김한솔인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시신 인도를 위해서는 유가족이 직접 방문, 신원확인에 필요한 DNA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김한솔 등 유족에게 말레이 방문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칼리드 청장은 “자체적인 DNA 샘플 확보 방안을 갖고 있다”며 영상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신원 확인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