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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ㆍ노무현 탄핵 운명, 법 위반 중대성에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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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ㆍ노무현 탄핵 운명, 법 위반 중대성에서 갈렸다

입력
2017.03.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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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민의 신임을 배반

대통령 권한 남용 사실 명백”

“노무현, 기자회견 발언 수동적

재신임 발언도 실천하진 않아”

측근들과 공모 관계로 엮인 朴

부패범죄 연루 사실도 차이점

2014년 3월 12일 경남 창원시의 한 공장에서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접한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9일 탄핵안 가결 후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고영권 기자
2014년 3월 12일 경남 창원시의 한 공장에서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접한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9일 탄핵안 가결 후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고영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13년 전 탄핵심판에 회부됐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기사회생했다. 두 사람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부분은 법 위반의 ‘중대성’을 두고 재판관들이 내린 엇갈린 판단이다.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로 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중대해, 피청구인을 파면해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국회가 제기한 탄핵사유 중에서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해 이권을 취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봤다.

법을 위반했다고 곧바로 탄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헌재는 2004년 당시 노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어긴 사실을 인정했지만 파면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행위 ▦자신의 재신임을 국민투표로 묻겠다고 한 행위에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법치주의 위반이 인정됐다. 그러나 헌재는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만 탄핵할 수 있다”고 제한을 뒀다. 정파적 이유로 탄핵 소추가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탄핵 결정의 판례를 만들었던 셈이다.

재판부는 당시 ▦적극적, 능동적, 계획적으로 헌법상 법치주의 원리와 민주국가 원리를 위배한 경우 ▦뇌물수수나 부정부패 등의 법률 위반으로 국민신임을 저버린 경우를 탄핵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으로 봤다. 노 전 대통령의 문제 발언은 기자회견 질의응답 자리에서 나왔거나 선관위 처분에 대응해 나온 수준이라 수동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투표로 재신임 묻겠다는 발언도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아 중대 위반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진 10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본관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진 10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본관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면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법 위반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에 중대성이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인정됐다. 재임기간 내내 최순실씨에게 내부문건을 유출하는 등 ‘비선(秘線)’의 국정개입을 허용해 헌법상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크게 손상했고, 최씨 측 회사가 대기업 일감을 수주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다고 결론 내렸다. ▦언론에서 비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 관련자를 단속하는 방식으로 위법행위에 적극 가담한 점 ▦대국민 담화를 뒤집고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점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점도 헌법수호 의지가 전무하다고 판단한 근거로 작용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대통령과 공모관계로 엮여서 부패범죄에 연루된 사실도 노 전 대통령 때와는 차이가 있다.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 등이 구속된 사실을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측근 비리가 발생했지만, 대통령이 관여한 바가 없어 탄핵사유로 볼 수 없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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