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나온 보충의견들이 눈길을 끈다.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도 돋보이지만, 같은 결론에 이른 법리나 사실관계에 대한 다른 판단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우선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그간 각종 소모적인 논란을 야기했던 ‘세월호 7시간’의 책임을 박 전 대통령에게 무섭게 꾸짖었다. 다수의 결정문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직책 수행 성실성 여부가 규범적 쟁점이라 판단 사유 자체가 안 된다고 봐서 더 따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재판관은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원칙에 따라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작위(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고, 이를 어기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두 재판관은 “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점부터 약 7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있으면서 전화로 원론적인 지시를 했다”고 지적하며 “국가적 위기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함께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지나치게 불성실했다”고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위헌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다만 적극적으로 직무를 방임한 게 아니라 파면 사유까지는 될 수 없다고 봤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유산으로 남아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 돼서는 안 된다”며 보충의견을 낸 이유도 소상하게 밝혔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일갈한 재판관도 있다. 제왕적 대통령 제도로 발생한 비선 개입과 뿌리깊은 정경유착을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창호 재판관은 “’비선 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정치적 폐습”이라며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도입, 비례대표제 확대, 직접민주제 요소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번 탄핵심판이 “보수 진보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고 재판의 성격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안 재판관은 “헌법상 평등이 불법의 평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 정권의 비선세력 존재와 정경유착 등 선례를 근거로 기각을 주장했던 대리인단 측 주장을 받아 들일 수 없다고도 명시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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