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0일 탄핵 반대집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용의자로 같은 집회 참가자 1명을 긴급체포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께 탄핵 반대집회에서 숨진 김모(72)씨 사망사고 용의자 정모(65)씨를 약 5시간만인 오후 6시 30분께 도봉구에서 긴급체포했다.
정씨는 이날 낮 12시 30분께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경찰버스를 탈취해 경찰 차벽을 들이받아, 차벽 뒤에 있던 경찰 소음관리차량의 철제 스피커가 떨어지게 만들어 김씨를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경찰버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정씨를 포착, 내부적으로 수배 전단을 돌려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정씨에게 특수폭행치사 및 특수공용물건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김씨 목격자들은 그가 경찰 소음관리차량에서 떨어진 대형 스피커에 맞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1시 50분께 숨졌다.
경찰은 정씨가 열쇠가 꽂혀 있는 경찰버스에 올라탄 후 시동을 걸고 차벽을 수차례 들이받다가 이 같은 인명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벽 뒤에 있던 소음관리차량 위에 대형 스피커가 있었는데, 버스가 차벽을 들이받으면서 소음관리차량이 흔들리니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나사가 풀어져 스피커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약 10년 전까지 버스기사로 일하다가 퇴직해 현재는 무직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탄핵 반대집회 주최측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지도부가 참가자들을 선동해 불법 폭력집회로 변질시켰는지 엄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탄핵 반대집회 사회자인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이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헌재로 쳐들어가자"며 참가자들을 연신 부추겼다. 경찰에 체포된 정씨가 경찰버스를 탈취해 차벽으로 돌진하고, 김씨 사망사고가 일어난 시점이 이때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국민저항권을 발동한다"면서 시위대를 차벽으로 이끌었다. 함께 사회를 본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오늘은 대한민국 역사에 한일합방 이후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며 "마음 같아서는 세월호 천막을 쓸어버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16조에 따르면 집회·시위 주최자는 집회·시위의 질서를 유지해야 하며,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오늘 집회는 명백히 불법성이 있었다"면서 "지도부가 책임이 있는지 채증자료를 분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께 박사모 게시판에 "저를 연행하라는 경찰 무전을 확인한 참가자의 긴급 전언이 있어 일시적으로 안전한 곳에 와 있다"고 글을 올려 스스로 "도피" 신분임을 인정했다.
그는 "지금 탄기국 지휘부가 무너지면 태극기 운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경찰의 작전일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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