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용납할 수 없는 위법 행위”
헌재 탄핵심판 8:0 인용
한국 법치주의 엄중함 확인
100여일 국가혼란 수습 위해
정치권, 국민 모두 지혜 모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파면됐다.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법에 의한 대통령 강제 퇴진은 초유의 일이다. 진보, 보수세력은 “국민의 승리”, “아스팔트 위의 피”를 주장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기관의 결론은 간명하다. 그 어느 누구도 법과 상식에서 예외적 존재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법을 이길 수 없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박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에서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헌재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 남용, 사실 은폐 등에 대해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로 규정했다. 재판관 8인은 이러한 결론에 어떠한 이견 없이 전원 일치 의견을 냈다. 박 전 대통령의 위헌ㆍ위법 행위는 헌법과 법률 잣대에 기초해 판단할 때 헌법 수호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합치된 판단을 한 것이다.
법의 지배를 확인한 역사적 결정이 대한민국호의 새 이정표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촛불이나 태극기로 대별되는 특정 진영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의 법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이기도 하다.
국민 사이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엇갈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폭력시위 등 탄핵결정 불복의 기운이 일각에서 꿈틀거리지만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헌재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당장의 충격에 입장 표명이 없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마지막 의무로써 국민 누구보다 먼저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가치”라면서 “오늘의 선고가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씨 국정농단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100여일 동안 빚어진 사회 갈등과 국가 혼란의 조기 수습은 대선주자와 여야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당면과제다. 대통령 탄핵이 새로운 정치ㆍ사회적 혼란의 시작이 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비극적 사태를 극복하고 투명한 국가운영과 정치에 다가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헌법 개정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통령 파면을 야기한 국정농단 사건은 무소불위의 권력에서 기인한 탓이 크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되는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가 박 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가능하게 한 필요조건”이라고 한 탄핵 결정의 보충의견에 각별히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진황 사회부장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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