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을 다 버릴 수 있고 사람마다 생각나는 대로 다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 (법정·사람아 무엇을 비웠느냐 中)
평생을 ‘승복(僧服)’과 함께 살아온 법정(法頂)스님이 2010년 3월1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폐암 투병 중 입적했다. 향년 78세.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버리고 또 버렸던 스님은 가시는 순간까지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았고 그가 남긴 산문집들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부대중들에게 큰 가르침으로 남았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스님의 속세 이름은 박재철이다. 목포 유달산 자락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 스무 살이 넘은 54년 입산출가를 결심해 싸락눈 내리는 어느 날 집을 나섰다. 스님의 발길이 멈춘 곳은 경남 통영 미래사. 그곳에서 당대의 선승 효봉스님을 만나게 된다.
효봉스님을 은사 삼아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은 그는 송광사 쌍계사 해인사에서 참선 수행한 후 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들어가 수많은 에세이를 남겼다. ‘버리고 떠나기’ ‘산방한담’ ‘아름다운 마무리’ ‘산에는 꽃이 피네’ 등 20권이 넘는 스님의 저서들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고 특히 73년 간행된 첫 수필집 ‘영혼의 모음’에 수록된 ‘무소유’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96년, 서울의 대표적인 요정이었던 대원각을 기증받아 길상사를 창건한 스님은 맑고 향기로운 사회 구현에 힘쓰다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010년 3월 열반에 들었다.
그는 떠났어도 그가 남긴 ‘무소유’와 ‘버리고 떠나기’의 가르침은 후세에 길이 기억되고 있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st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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