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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아라비안나이트, 인도ㆍ페르시아ㆍ이집트 설화 집대성

입력
2017.03.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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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의 대표적인 이야기 '신밧드의 모험'을 모티프로 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의 한 장면. 동서양 설화의 총체인 ‘아라비안나이트’는 문학 공연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의 원천이 됐다. 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아라비안나이트’의 대표적인 이야기 '신밧드의 모험'을 모티프로 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의 한 장면. 동서양 설화의 총체인 ‘아라비안나이트’는 문학 공연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의 원천이 됐다. 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12세기 페르시아제국의 왕 칼리프는 왕비의 부정을 목격하면서 여성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다. 복수심에 불탄 그는 매일 밤 자신과 동침한 처녀를 다음날 죽이는 식으로 복수를 한다. 백성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게 되고 위기에 처한 재상을 대신해 그의 딸 세헤라자데가 왕의 침실로 자처해 들어가며 상황은 반전된다. 밤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으로 1,001일 동안 목숨을 부지한 세헤라자데는 왕의 아이를 갖게 되고 제국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이 1,001일 동안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 우리가 흔히 ‘아라비안나이트’라고 부르는 ‘천일야화(千一夜話)’다. 인도와 페르시아, 아랍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유래된 설화들이 다층구조 형식으로 집대성된 이야기집이다.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고 다만 9세기부터 16세기까지 구전된 수많은 이야기가 엮인 것으로 추정된다. 9세기 이전 인도와 페르시아에서 구전된 설화들에 10세기 이후 이집트 등지의 전통 설화가 더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크게 9세기 바그다드 주변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시리아본, 13~14세기 카이로를 중심으로 한 이집트본 등 2개의 판본이 있는데, 시리아본이 이집트본에 비해 짧고, 이야기 수도 적다.

18세기 초반 프랑스 학자 앙투안 갈랑이 4권으로 된 시리아의 필사본을 유럽 사회에 번역 소개하며 ‘아라비안나이트’란 이름이 생겼다. 영국 탐험가 리처드 버튼이 1885년 이집트본을 근간으로 한 영역본을 출간하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액자식 이야기 구조는 유럽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토마스 무어의 소설 ‘랄라 루크’, 찰스 디킨스의 ‘천 하룻밤’, 에드가 알렌 포우의 ‘세헤라자드의 1002개 이야기’, 테오필 고티에의 ‘이집트 사막에서의 식사’ 등은 아라비안나이트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작품들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연극, 뮤지컬로 만들어졌고, 영화가 발명된 이후에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화들이 아라비안나이트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신밧드의 모험’은 모험 이야기의 전형이 돼 많은 작품에 영감을 주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다. 음악에서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등 ‘아라비안나이트’를 소재로 많은 작품이 작곡됐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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