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문창용
‘앙뚜’에 이어 차기작 촬영 중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印尼 쓰레기마을 소녀 다뤄
“열악한 독립PD 여건 개선되면
세계적 다큐 매년 10편 나올 것”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 ‘앙뚜’의 문창용 감독이 차기작에 도전한다.
문 감독은 10일 인도네시아 베카시 ‘쓰레기마을’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는 나디아(12)양의 인생 이야기를 촬영 중이라고 밝혔다.
쓰레기 마을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발생하는 하루 8,000톤의 쓰레기가 모이는 우리나라의 옛 난지도쓰레기매립장 같은 곳. 아파트 17층 높이인 이 쓰레기산에서 나디아는 동생들과 함께 보름에 2만원 정도를 번다. 아빠는 노름꾼에 실업자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디아는 명랑하다. 가끔 장난도 치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무료 학교에서 전교 3등을 했고 꿈은 의사다. 일반인이 보기에 이해가 가지 않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문 감독은 소녀의 눈으로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행복의 씨앗이 자기 가슴속에만 있다면 환경이 어떻든 씨앗은 자라기 마련이다. 현대인은 남의 씨앗을 탐내면서 자신 안에 있는 씨앗에 물을 주는 것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나디아는 “쓰레기산에도 꽃이 피고 나비가 찾아오더라. 꿈을 잃지 않으면 나에게도 나비가 날아올 것”이라고 문 감독에게 말했다.
세 달 전에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문 감독은 2년 정도 작업을 계획 중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한 ‘앙뚜’의 7년 촬영에 비하면 단기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와 경기도 DMZ영화제 상금 등으로 후배 전진 감독과 11번을 왕래하면서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악조건에서 촬영했다.
문 감독은 현대인의 전도된 가치를 꼬집는 휴머니즘을 추구한다. ‘앙뚜’에서는 인도 라다크에서 린포체(환생한 고승)로 태어난 아이 앙뚜와 그를 돌보는 노스승 우르갼의 우정을 다뤘다.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비견되는 스승의 사랑은 행복의 씨앗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베를린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문 감독은 “둘의 눈빛에 반해 촬영을 시작했지만 과연 이들의 사랑을 한국, 유럽에 전달할 수 있을까를 수없이 고민했다”면서 “린포체에 대해 찍자는 권유를 물리치고 첫 느낌대로 촬영했는데 다행히 베를린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앙뚜’는 최근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지서 판매를 요청했지만 문 감독은 9월 국내개봉 뒤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독립PD로 활동중인 문 감독은 “국내 방송사들은 10년 전과 동일한 제작비를 주면서 저작권, 판권을 다 가져가 독립PD들의 여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면서 “만약 서구 수준으로 처우가 개선된다면 세계로부터 주목 받는 다큐영화가 연간 십여 편씩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 감독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사회의 고착화된 병폐가 녹는 날이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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