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강원FC가 K리그 클래식(1부) 안방 개막전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강원은 11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알펜시아 축구장)에서 FC서울에 0-1로 패했다. 지난 4일 상주 상무와 원정(2-1)에서 승리했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패배보다 더 뼈아픈 건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잔뜩 실망만 안기며 팀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스키점프대 착지 지점을 그라운드로 꾸민 알펜시아 축구장은 점프대와 인공폭포가 빚어낸 이색적인 풍경, 축구전용구장과 비교해 손색없는 관람 환경 등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강원은 작년 8월 챌린지(2부) 4경기를 여기서 소화했고 올 시즌 모든 홈경기를 열기로 했다.
이날 경기는 ‘평창 시대’를 알리는 무대였다. 입장 관중은 5,098명으로 지난해 4경기 평균 948명의 5배가 넘었다.
하지만 부푼 마음으로 평창을 찾은 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 누런 색깔의 잔디가 논란이 됐다. 강원은 지난 달 16일 스키점프 월드컵이 끝난 뒤 다음 날부터 1만 톤에 달하는 눈을 치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전 직원이 총동원돼 쉬는 날 없이 땀을 흘렸지만 누런 잔디는 시각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서울 공격수 데얀(35)은 “이건 축구장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그라운드에 진동하는 악취는 기름에 불은 부은 격이었다. 강원 관계자는 “눈이 얼고 녹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고인 물이 악취를 발생시켰다”고 해명했다. 작년 혹서기 때 푸른 잔디에서 경기할 때는 미처 몰랐던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기장 근처도 혼란스러웠다. 극심한 주차난에 일부 관중들이 차를 세워둔 채 걸어서 입장해야 했고 이마저도 동선이 불확실해 우왕좌왕했다. 입장권 발권이 늦어졌다는 불만도 속속 제기됐다. 안내 인력 배치도 턱없이 부족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처음이니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팬들이 불편을 겪을 때 해결해주거나 최소한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구단 직원들은 정신 없이 뛰어다녔지만 정작 팬들은 아무 도움도 못 받았다.
강원의 티켓 가격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강원은 입장권을 상대 팀에 따라 차등 책정했다. 서울이나 전북 현대, 수원 삼성 등 인기 팀과 홈경기는 가장 비싸다. 이번 서울과 개막전의 경우 가장 싼 원정석이 3만 원이다. 평소 다른 원정보다 배 이상 많은 돈을 내고 ‘형편없는’ 서비스를 받은 서울 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구단 입장권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강원FC은 11일 밤 페이스 북을 통해 정중히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다음 홈 경기는 오는 18일 포항 스틸러스와 3라운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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