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단 산업경제분과 (대표발제 이일영 한신대 교수)
4차 산업혁명은 파도와 같다. 기술 영역을 비롯해 제도와 문화 등 여러 차원에서 발생하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동 에너지에 수동적으로 휩쓸리지 않기 위해선 적응과 혁신, 즉 능숙한 파도타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통치 형태가 4차 산업혁명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 선진국들은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 연구ㆍ교육기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플랫폼 형태로 재편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개별적인 연구ㆍ개발(R&D)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산업간 융복합과 네트워크의 구성을 강조하는 ‘스마트 전문화’를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선 광역경제권을 설정해 지리적 근접성에 기초한 산업ㆍ교육ㆍ사법 생태계를 구축해볼 수 있다. 이런 광역경제권은 중앙집권형 구조보다 융ㆍ복합과 개방ㆍ혁신에 더 유리하다. 지역 단위에서 최적화한 산업ㆍ교육 생태계와 신속하고 공정한 사법적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4차 산업혁명에서 생산되는 빅데이터 등 새로운 공유자산과 기존의 공유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공유자산관리기구’를 만드는 것 역시 필수다. 가급적 많은 이들이 공유자산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소유권의 개념을 공유적 재산권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로봇이 대체하게 될 인간의 일자리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의 실험도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그 재정적 부담과 함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 등 역시 없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다양한 기본소득 실험을 해보고 적합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
기술 진보의 여파로 근로자의 노동가치가 너무 급격하게 하락한다면, 역으로 기술 진보의 동력인 생산 시스템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연착륙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영역을 점진적으로 넓혀가야 한다. 중소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임대료 규제가 적절한지를 두고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봐야 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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