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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지연ㆍ사업 불투명… 주택조합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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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지연ㆍ사업 불투명… 주택조합 피해 속출

입력
2017.03.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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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매입률95%” 뻥튀기 광고

조합간부들 횡령 등 비리 잦아

입주 성공률 20%대 머물러

국토부, 제도 개선해 입법예고

총회 의결 위한 참석률 기준 상향

탈퇴 이후 환급시기도 명문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A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에 가입했다가 지난해 7월 탈퇴한 김모(42)씨는 최근 추진위원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2015년 계약 당시 추진위는 이듬해 6월까지 주택건설사업계획이 통과되지 못하면 계약금과 업무추진비를 전액 환불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계획이 지연되고 환불을 약속한 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씨는 환급액의 일부(2,500만원)를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추진위 측이 ‘환급 시점은 정한 적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 경기 고양시의 B지역주택조합원인 박모(45)씨도 조합을 상대로 계약무효소송을 벌일 지 고심 중이다. 그는 지난해 ‘토지 매입률 95%를 달성했다’는 홍보문구를 믿고 계약금을 6,000만원 입금했다. 그러나 사업은 1년이 지난 최근까지 지지부진하다. 알고 보니 구역 내 땅 주인에게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놓은 것만으로 토지 매입이 거의 끝났다고 과대광고를 한 것이었다. 박씨는 “잘 따져보지 않고 덜컥 계약한 그때가 정말 후회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마련된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사업이 지체되거나, 돈만 챙기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설립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2010년(7곳ㆍ3,697가구)보다 15배나 늘어난 총 106곳(6만7,239가구)에 달했다. 그간 아파트 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지역주택조합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이 사업주체가 돼 직접 토지를 사들이고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시행사를 둔 일반분양보다 분양가가 10~20% 저렴한데다 주택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1가구 소유자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 가입 조건도 조합 설립인가 신청일 이전 6개월 간 동일 시ㆍ도에만 살고 있으면 된다.

그러나 각종 비리에 애초 제도의 취지마저 무색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이 대표 사례다. 이 조합은 조합장이 조합비 180억원을 횡령하는 등 1,400억원대 조합원 분담금을 대부분 날린 채, 2010년 이후 7년째 표류 중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10년간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의 불과 21.9%만이 최종 입주에 성공했다.

이에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이날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한 ‘주택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6월 3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시공사 선정이나 조합원의 추가 부담이 필요한 계약 체결 등 중요 사항을 의결하려면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총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이 마련됐다.

조합원 탈퇴 시 납부한 금액의 환급 시기ㆍ절차도 조합 규약에 명문화하고, 조합원 모집 시 사업계획서ㆍ토지확보 증빙자료 등을 지역 일간신문이나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공고하도록 했다. 김이탁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관한 모든 정보를 사전에 공개해 조합원의 불이익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라며 “앞으로 토지 매입률 과장 광고가 사라지고, 조합도 더욱 투명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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