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ㆍ안철수 등 한목소리
안희정 ‘검찰 분권화’ 제안
이재명 “검사장 직선제를”
구 여권 주자도 “개혁 공감”
차기 대선주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력기관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가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권력기관 개혁을 정권 초기 국정 동력으로 삼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한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검찰개혁의 첫 단계로 무소불위의 원천인 검찰의 수사권ㆍ기소권 분리와 대통령과 친인척, 국회의원 등의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신설을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국가를 좀먹는 암 덩어리들을 송두리째 도려내지 않으면 제2, 제3의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를 막을 수 없다”면서 검찰의 수사권 분리와 공수처 신설을 검찰 개혁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검사장 중심의 검찰 분권화까지 제안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검사장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처럼 각 지방 검사장을 주민투표로 뽑자는 것인데 이 시장은 “현재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만 유권자가 뽑은 검사장은 국민의 눈치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여권 대선주자들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수사권 분리를 둘러싸고는 다소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검찰이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되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기보다는 제3의 조직으로 ‘수사청’을 별도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지만 경찰 조직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검찰의 수사권 조정에는 원론적으로 찬성이지만 세부사항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두 주자 모두 공수처 도입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국정원 역시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야권에서 벼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 및 수사기능은 전면 폐지하고 대북 및 해외ㆍ국제 범죄를 전담하는 전문 정보기관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안 지사도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대북정보, 해외정보 수집에 집중하는 등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하겠다”고 발을 맞췄다. 국정원의 정치 사찰 및 지방선거 개입으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한 이 시장은 차기 정부에서 해외정보 업무를 제외한 모든 국정원 기능과 조직을 해체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선주자들이 권력기관 개혁을 앞다퉈 내걸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차기 정권이 권력기관 개편에만 몰두한다면 오히려 정국이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력기관 개혁에 관련한 대다수 사안이 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데 보수 진영이 부정적인 대목도 걸림돌이다. 앞서 국회에서 공수처 신설 관련 법안은 9차례나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조차 가지 못한 채 폐기된 경험에 비춰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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