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전 세계 유니콘기업 186개
한국은 쿠팡 등 3개에 그쳐
美, 새 수익구조 창출 ‘혁신형’
中, 검증 모델 활용한 ‘모방형’
“한국형 유니콘 육성 정책 필요”
2004년 설립된 미국 보안 분야 스타트업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에 테러 예방 솔루션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분석 사업을 시작했다. 팔란티어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범죄 예방 소프트웨어 시장을 개척해 기업가치가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보안업체로 성장했다. 2011년 설립된 중국의 숙박공유업체 투지아(途家)는 미국 에어비앤비(Airbnb)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 현재 아시아 최대 숙박업체로 커졌다.
20일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유니콘으로 바라본 스타트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으로 성장한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결과 ‘혁신’(미국), ‘모방’(중국), ‘변형’(유럽)의 3대 키워드가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세계의 유니콘 기업 186개 가운데 미국 기업이 99개(약 50%)로 가장 많았고, 중국(42개), 인도(9개), 영국(7개), 독일(4개), 한국(3개) 기업이 뒤를 이었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전세계 유니콘 기업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 새로운 시장과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혁신형’이 많았다고 무협은 분석했다.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등은 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시켰고, 팔란티어 등 소프트웨어 유니콘들은 독보적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반면 후발주자인 중국 스타트업들은 선진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응용해 철저히 현지화하는 ‘모방형’이 대다수였다. 최고의 기술력이나 최초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거대한 중국 시장의 이점을 활용, 해외 스타트업의 성공 모델을 현지화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투지아도 에어비앤비를 모방해 시작했지만 중국에서 빈집이 약 5,000만 가구에 육박하는 점에 착안했고, 주로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은 중국 문화에 맞춘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럽은 재무건전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투자 분위기의 영향으로 기존 산업의 경쟁우위를 이용하는 변형 비즈니스 모델이 눈에 띈다. 금융 강국인 영국에서는 P2P(개인 간 거래) 온라인 대출플랫폼인 ‘펀딩서클’이 대형 상업은행들과 제휴해 고객을 확보하면서 유니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이 쿠팡, 옐로모바일, CJ게임즈 등 3개에 불과해 ‘한국형 유니콘’을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보경 무역협회 연구원은 “한국형 유니콘 육성을 위해서는 규제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성장 토양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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