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가 자살 시도할 정도로 심리문제 심각
15년 전 교통사고로 인한 척수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K(48)씨는 재활 치료하느라 10년 넘게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K씨는 처음에는 부러진 뼈만 붙으면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사회복귀를 꿈꿨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K씨는 수술ㆍ재활치료비를 마련하려고 집도 팔았고, 간병에 지친 아내와 5년 전 이혼했다. 자살까지 시도했다.
K씨처럼 수술ㆍ재활치료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척수장애인들이 재활치료하느라 병원을 도는 ‘재활난민’이 되고 있다.
척수는 척추 중추신경의 일부분으로 뇌와 말초신경의 다리 역할을 한다. 뇌와 연결된 43㎝정도의 길고 좁은 이곳에 운동ㆍ감각신경이 모두 모여 있다. 척수가 손상되면 신체와 두뇌의 주요 신경전달 통로가 차단돼 감각ㆍ운동기능에 문제가 된다.
척수손상은 교통사고 산업재해 낙상 폭력 스포츠상해 질병 등에 의해 발생한다. 외상으로 인한 척수손상이 89.4%였다(한국척수장애인협회 조사). 이찬우 협회 사무총장은 “20~50대 척수장애인이 사회복귀 교육을 받으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활동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장기간 입원치료로 사회복귀는커녕 ‘잉여인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척수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기간이 다를 수 있지만 재활하면 척수장애인도 사회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협회가 실시한 ‘2015년 척수장애인 욕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입원치료기간은 평균 30개월이었다. 하지만 20년간 입원한 환자도 있다. 대한척수손상학회는 입원기간을 하반신마비 9개월, 사지마비 12개월로 권장하지만 이들은 급성기 치료가 끝나도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김용찬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미국은 2~3개월, 유럽은 6~7개월 정도 입원치료하고 있다”며 “입원이 장기화되면 사회관계가 단절되고, 입원ㆍ간병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척수장애인은 스스로를 ‘재활난민’이라 말한다. 재활치료를 위해 2~6개 병원을 돌며 입원치료를 해서다. 이 총장은 “14개 병원에 입원 치료한 환자도 있다”며 “척수장애인들이 병원을 전전하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심리적 지원도 시급하다. 척수장애인의 32.0%가 자살을 시도했고, 이들 중 68.6%는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구근회 협회 회장은 “척수장애인은 재활해도 심리ㆍ경제ㆍ사회적 고충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지역사회로 떠넘겨져 자살충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2014년 11월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협회에서 척수장애인의 원활한 복귀를 위해 ‘일상홈(일상의 삶 복귀 프로그램)’을 시행하지만 올 10월이며 끝난다”고 했다. 구 회장은 “뉴질랜드는 병원과 호텔을 합한 개념인 ‘호스텔’ 프로그램으로 재활과 지역사회 복귀 훈련을 동시 진행한다”며 “환자가 병원에서 사회복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사회복귀시스템을 건강보험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로 척수장애인에게만 지원을 강화할 수 없다”며 “장애인이 서비스 지원 확대 욕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서비스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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