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종가’ 미국이 자신들이 만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회째 만에 자존심을 세웠다.
미국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의 맹주’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2-1로 승리하고 사상 첫 결승에 올랐다. 2006년 메이저리그사무국 주도로 창설한 WBC는 야구의 세계화를 표방했지만 미국이 스스로 ‘야구 최강’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만든 대회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2009년 2회 대회에서만 준결승에 올랐을 뿐, 1회와 3회(2013년) 대회에서는 결승 라운드에 오르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절치부심한 미국은 이번엔 선수 전원을 메이저리그에서도 올스타급으로 꾸려 정상 도전에 어느 때보다 의욕을 보였다. 그 결과 2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도미니카공화국을 꺾은 데 이어 이날 통산 3회 우승을 노리던 일본마저 물리치고 2회 대회 준결승 패배를 설욕했다. 일본은 비록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처럼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빠지고도 4강까지 진출해 두 차례 우승국 다운 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평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1호 일본 선수인 노모 히데오의 시구로 시작한 이날 경기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양 팀 선발인 태너 로어크(워싱턴)-스가노 토모유키(요미우리)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렀다. 먼저 균형을 깬 건 미국이었다. 4회초 1사 후 미국의 크리스티안 옐리치(마이애미)가 친 땅볼 타구는 2루수 기쿠치 료스케(히로시마)의 정면으로 향했다. 그러나 물에 젖은 잔디에 바운드된 타구는 살짝 방향이 틀어져 기쿠치의 글러브를 맞고 중견수 방향으로 흘렀다. 그 사이 옐리치는 2루까지 도달했다. 당황한 일본을 상대로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은 좌전 적시타를 때려 미국에 선취점을 안겼다.
일본은 6회말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기쿠치가 동점 우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미국의 2번째 투수 네이트 존스(시카고 화이트삭스)의 5구째 97.9마일(약 158㎞)짜리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을 힘껏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미국은 8회초 1사에서 브랜든 크로퍼드(샌프란시스코)의 우전 안타에 이어 이언 킨슬러(디트로이트)의 좌중간 2루타로 2ㆍ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애덤 존스(볼티모어)가 친 타구는 전진 수비를 펼친 3루수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 앞으로 굴러가는 평범한 땅볼이었지만 마쓰다가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하는 사이 3루 주자 크로퍼드가 홈을 밟아 결승점을 뽑았다.
미국은 네덜란드를 누르고 결승에 선착한 푸에르토리코와 23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툰다. 2라운드에서 두 팀은 한 번 만나 푸에르토리코가 6-5로 승리한 바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