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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피고인’ 수감번호 1001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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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피고인’ 수감번호 1001과 박근혜

입력
2017.03.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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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실ㆍ靑 차번호와 같아

제작진은 “특정인 겨냥 아니다”

‘피고인’에서 악행을 저지른 재벌 차민호(오른쪽ㆍ엄기준)의 수감번호 1001이 눈에 띈다. SBS 화면 캡처
‘피고인’에서 악행을 저지른 재벌 차민호(오른쪽ㆍ엄기준)의 수감번호 1001이 눈에 띈다. SBS 화면 캡처
기결수가 된 차민호의 수감번호를 클로즈업 화면에 담아낸 것도 의미심장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기결수가 된 차민호의 수감번호를 클로즈업 화면에 담아낸 것도 의미심장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SBS 드라마 ‘피고인’이 21일 방영된 마지막 회에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심장한 설정을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살인과 살인교사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법 위에 군림하던 사이코패스 재벌 차민호(엄기준)가 마침내 구속돼 재판을 받는 장면에서 포착된 수감번호가 화제가 됐다.

차민호가 입은 수의의 왼쪽 가슴에는 좌우대칭이 완벽한 숫자 1001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후 형이 확정된 차민호가 교도소에 수감되던 장면에서는 수감번호 1001을 클로즈업으로 담아 제작진이 이 숫자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곳이 서울중앙지검 1001호 조사실이었기 때문이다. 1001은 대통령의 관용차 번호로 쓰이고 있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상징성까지 지닌다.

‘피고인’ 마지막 회를 시청하던 네티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둘 사이의 공통점에 놀라워하며 “사이다처럼 후련했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최순실이 운영하던 카페 전화번호 뒷자리와 최씨의 실거주지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 오피스텔 호수도 1001이었다는 사실까지 다시 거론됐다.

‘피고인’의 수감번호 1001은 의도된 장치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풍자의 의도는 있었지만 특정인을 겨냥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해당 장면들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기 이전에 이미 촬영을 마쳤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인 셈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도 1001이 거물 정치인과 유력 재계인 같은 권력층을 암시하는 숫자인 것은 맞다.

‘피고인’의 이상민 기획 PD는 “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량 번호가 1001이고 실제로 과거에 한 정치인이 1001 번호판 차량을 타고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하더라”며 “극중 차민호도 그런 인물이라 작가가 비판적 의미에서 수감번호를 1001로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감번호를 굳이 클로즈업 화면에 담은 건 “거물 정치인 또는 유력 인사를 잡아들였다”는 의미였다. 방송 당일 편집에 바빠서 박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했던 제작진은 이후 네티즌 반응을 보고서야 1001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알았다고 한다.

‘피고인’은 그 이전에도 사회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만한 설정들로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차민호가 차명계좌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오는 장면에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모티브로, 우 전 수석이 기자를 째려보는 모습과 거만하게 조사 받는 모습, 옷차림 등을 패러디했다. 권력자들이 교도소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현실도 차민호의 수감생활을 통해 비판적으로 그려냈다. 이 PD는 “사회 부조리에 맞서 정의를 추구하면서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권력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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