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끈한 설욕전의 대미를 장식하며 사상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에 올랐다.
미국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4회 WBC 결승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8-0으로 완파 했다. 대회 창설 때부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고도 2006년 1회 대회 8강, 2009년 2회 대회 4강, 2013년 3회 대회 8강에 그쳤던 미국은 마침내 4번째 도전에서 ‘야구종가’이자 사실상 대회 주최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게다가 앞서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겼던 상대를 차례로 설욕전을 벌이며 우승을 차지해 감격이 더했다. 1라운드 첫 경기에서 콜롬비아에 연장 10회 접전 끝에 3-2로 이겨 불안하게 출발한 미국은 도미니카공화국과 2차전에서 5-7로 패해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3차전에서 캐나다에 8-0 완승을 거두며 2라운드에 진출한 뒤 다시 만난 도미니카공화국을 6-3으로 제압하고 조2위로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일본을 2-1로 누르고 2009년 2회 대회 준결승에서 4-9로 패했던 아픔을 되갚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결승에서 만난 푸에르토리코 역시 2라운드에서 5-6으로 패했던 팀이자 이번 WBC에서 7전 전승을 거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하지만 미국은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가장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미국은 3회초 선두타자 조나단 루크로이(텍사스)의 중전 안타 이후 이안 킨슬러(디트로이트)가 상대 선발 마이크 아빌스(애틀랜타)의 시속 148㎞ 짜리 직구를 통타해 중월 선제 결승 투런홈런을 쏘아 올렸다. 2-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ㆍ2루에서는 크리스티안 옐리치(마이애미)의 우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고 이어진 2사 1ㆍ3루에서는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의 유격수 쪽 내야 안타로 한 점을 더 보태 4-0을 만들며 승기를 잡았다. 7회초에는 브랜든 크로퍼드(샌프란시스코)의 2타점 중전 적시타와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의 좌전 적시타가 잇따라 터지며 7-0으로 달아나 축제 분위기에 젖었다. 승부가 기운 8회 2사 1ㆍ3루에서도 맥커친의 3루수 앞 내야안타로 8점째를 뽑았다.
미국 선발 마커스 스트로먼(토론토)은 6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푸에르토리코와 2라운드 경기에서도 선발 등판해 4⅔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스트로먼은 이날 설욕전의 주역으로 우뚝 서며 대회 최우수선수(MVP) 영예까지 안았다. 특히 스트로먼은 뉴욕에서 경찰로 일하던 아버지 얼 스트로먼과 푸에르토리코인 어머니 아딘 아우판트 사이에서 태어나 WBC의 규정에 따라 푸에르토리코 대표로도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은 그를 외면했고, 미국이 합류를 요청해 ‘어머니의 나라’에 비수를 꽂은 셈이다. 스트로먼의 이번 대회 성적은 3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2.35다. 키가 173㎝에 불과한 스트로먼은 21세기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6명의 ‘신장 175㎝ 이하 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단신이지만, 구위만큼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다.
준결승까지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했던 푸에르토리코는 6회까지 무안타로 침묵하며 2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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