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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시절 잊지 않는 개룡남, 남편 이재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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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시절 잊지 않는 개룡남, 남편 이재명의 매력"

입력
2017.03.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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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는 “남편은 아무런 정치적 유산도 물려받지 않았고 계파도 없다”며 “국민의 적자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는 “남편은 아무런 정치적 유산도 물려받지 않았고 계파도 없다”며 “국민의 적자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시원시원한 발언으로 지지자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는 ‘사이다’ 정치인의 아내. 보라색 코트에 노란 세월호 리본을 달고 온 그는 아나운서처럼 정확하고 경쾌한 발성에 꼬이는 문장 하나 없이 조리 있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50)씨. 만나보니 사이다 남편에 탄산수 아내였다. 어떤 난처한 질문에도 진솔하고 유쾌하게 답했다.

-요새 많이 바쁘겠다.

“전에는 성남에만 있었는데 영남도 가고 호남도 가고 하니까. 제 개인시간이 없을 정도다.”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처음에는 선거운동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는데, 다니다 보니 많이 배우게 된다.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신념이 강한 분들이더라. 세월호 피케팅, 소녀상 지키기, 평화운동 이런 걸 하시는 분들이 많다. 인생을 바쳐서 어려운 일 하시는 분들 만나면서 선거에 이기는 것보다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느낌이다.”

-지지율 잘 보나.

“요즘은 안 본다.(웃음) 폭등할 때도 사실 잘 안 봤다. 촛불정국에서 남편 지지율이 많이 올랐을 때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어리둥절했다. 지금 지지율이 빠진 상태지만, 이 시장이 해야 할 일이 변한 건 없다. 거기에는 연연 안 한다.”

-광역도 아니고 기초단체장이 전국구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사에서 없던 일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이 시장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남편은 무엇이 되기 위해서 일 한 사람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하는 일은 일관성 있게 할 사람이고, 그 점을 또 국민 여러분께서 좋게 봐주시는 것 아닌가 싶다.”

1991년 신혼여행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씨. 이재명 캠프 제공
1991년 신혼여행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씨. 이재명 캠프 제공

-007 미팅으로 처음 만났다는데 첫인상이 어땠나.

“남편의 셋째 형수의 친정 어머님과 제 친정 어머니가 교회 같은 구역에서 성경 공부를 했다. 두 분 소개로 007 미팅을 하게 됐다. 카페에 가서 종을 울리면 상대방이 나오는 곳이었는데, 너무 나이가 들어 보였다. 남편이 그때 28세였는데 30대 중반으로 보이더라. 반지도 큰 걸 끼고 있고, 변호사 개업 직후여서 카폰이 있었는데 자랑하려고 그랬는지 벽돌 만한 걸 들고 나왔더라. 첫 만남은 별로 기억에 없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첫 만남에 솔직하게 자기 얘기를 다 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가족들 형편 어려운 얘기, 검정고시로 대학 간 얘기 등을 다 했다.”

-왜 그랬다고 하던가. 계속 만날 생각이 있어서 털어놓은 건가.

“원래 한 자락 덮고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잖나. 장점이자 단점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런데, 첫 눈에 반했다고는 하더라.(웃음) 첫 날 나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데, 나는 아니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미래에 대한 설계가 있지 않았나.

“남편을 대학 졸업한 1990년에 만났다. 참 혼란스러운 청년기 아닌가. 미국에 친척들도 좀 있고, 공부를 더 해볼까 싶어 미국 비자를 신청한 상태였다. 비자 나오는 주에 이 사람을 만나게 됐는데, 자연스럽게 공부 대신 연애를 하게 됐다.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나 보다.(웃음)”

-상당히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것 같다. 남편은 ‘흙수저의 아이콘’인데, 환경 차이로 부딪히지 않았나.

“우리 집이 큰 부자는 아니었다. 부딪히기는 했는데, 흙수저 무수저 이런 것 때문은 아니다. 어떤 부부든 30년간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결혼해 애 키우며 살다 보면 다 부딪히지 않나? 그런데 남편은 노력을 많이 했다. 이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피자를 먹어본 게 우리 애기들 어릴 때 대공원 놀러 갔을 때였다. 저는 피자가 친숙했는데 남편은 설사를 했다더라. 당시는 연년생 아들 둘 키우느라 정신 없어서 흘려 들었는데, 그때 참 그랬겠구나 싶어 짠한 마음이 든다.”

-부부싸움은 자주 하나.

“요즘은 별로 싸울 시간이 없다. 체력이 안 된다.(웃음) 밖에 나가서 싸울 사람도 많은데 우리까지 싸워야 되냐, 그래서 안 싸우는 것 같다. 서로 ‘당신 참 힘들겠다’ ‘당신 안 힘들어?’ 그런다. 특히 남편이 자꾸만 ‘자기, 진짜 안 힘들어?’ 묻는다. ‘안 힘들어. 왜 그래, 자꾸?’ 그랬더니 제가 선거 끝나고 자기한테 원망 쏟아 낼까 봐 미리 그러는 거라더라.”

-부부싸움의 패턴은 어땠나?

“제가 하는 말을 다 듣고 남편이 A4용지 대여섯 장에 장문의 편지를 써놓고 나간다. 본인 입장문을 제출해 놓고 가는 거다. 말로 하면 자꾸 싸우게 되니까. 제일 많이 부딪힌 건 아이들 중학교 때였다. 아빠가 자수성가한 사람 아닌가. 첫 애가 분당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는데 2학년 때 학원을 보내려니 남편이 못마땅해했다. 애들 깨우고 방 치워주고 잔소리하는 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빠가 무관심하고 간섭을 안 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나한테 있었는데 남편은 내가 애들을 독립적으로 키우지 않는다고 불만이었다. ‘지가 다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게 남편 주장이었다. 너무 훌륭한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또 무책임한 말이지 않나. 아빠처럼 하기는 힘드니까.”

김혜경씨는 "남편 이재명 성남시장이 뿔난 사람처럼 강경한 이미지로 알려져 안타깝다"며 "알고 보면 따뜻하고 재밌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김혜경씨는 "남편 이재명 성남시장이 뿔난 사람처럼 강경한 이미지로 알려져 안타깝다"며 "알고 보면 따뜻하고 재밌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실제 남편의 성격은 어떤가. 무서워 보이기도 하는데.

“뿔 달린 것 같고?(웃음) 되게 재밌는 사람이다. 장난도 많이 치고, 호기심 많다. 너무 투쟁적 이미지만 부각돼서 억울하다. 약한 사람한테는 정말 약하고, 눈물도 저보다 더 많다. 아이들 어릴 때 아파트 단지 안에서 다른 동으로 이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네발 자전거를 옮기라고 했더니 이 덩치 큰 사람이 애들 자전거 타고 새 집으로 간 거다.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동호 아빠 어디 가세요?’ 물으니 큰 소리로 ‘이사 가요’ 했다더라.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늘 말씀하시는 분이 있다. 집 앞에 스카이 콩콩이 있으면 타고 다니기도 한다. 그럼 제가 동영상 찍고 그러면서 둘이 깔깔거린다.”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데 그 때문에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아내로서 지켜보기 조마조마하지 않나.

“안사람으로서 좀 조마조마하기는 하다. 남편이 촛불정국에서 국민의 분노, 답답한 마음을 한 발 먼저 외쳐줬기 때문에 떴지만, 이 사람이 말만 한 건 아니다. 행동도 함께 했다. 사이다 발언만 했다고 하면 조금 억울하고, 사이다 언행을 했다. 하지만 없는 것도 만들어내는 시대 아닌가. 강력한 발언은 구설수에 오를 위험도 있어서 요즘은 내가 좀 말린다. 과격한 내용이라도 발언을 부드럽게 문학적으로 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조언을 잘 접수하는 편인가.

“물론이다.”

-최근 해줬던 조언 중에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정치하는 분들에게는 누구의 후예니 적자니 하는 정치적 유산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그런데 이 사람은 돈이나 집안이나 학벌 같은 걸 물려 받은 게 없는 사람이라 안타깝더라. 그래서 ‘국민의 적자’를 해보라고 했다. 괜찮지 않나? 좀 밀어달라.(웃음) 계파도 유산도 없지만, 든든하게 받쳐주는 국민들이 있으니까 ‘국민의 적자’, 좋은 것 같다.”

-첫 TV 토론회에서 유시민 작가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질문이 화제가 됐다. 약간 분노한 것 같은 답변을 했는데, 남편 대신 다시 해명을 해 본다면.

“첫 TV 토론이라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분노조절장애는 전혀 아니고, 검증과정에서 유포된 영상 몇 개 때문에 선입견이 많은 듯하다. 촛불정국에서 발언한 센 주장들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분노뿐 아니라 다른 것도 조절을 잘하는 사람이다. 변방 작은 도시의 시장을 거쳐 여기 오기까지 남편이 항상 하는 말이 ‘벼룩은 튀어야 한다’였다. 전략이었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제 소가 됐으면 변해야지. 벼룩은 튀어도 되지만, 소가 튀면 미친 소가 되지 않겠나.(웃음) 소만큼 덩치가 커졌으면 달라져야 하고, 본인도 다 잘 알고 있다. 언론에 너무 그 면만 부각될 때 억울하다. 남편도 많이 조심하고 있더라.”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신혼 시절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이재명 캠프 제공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신혼 시절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이재명 캠프 제공

-정치 입문이 2006년 시장선거다. 낙선했지만 이혼하려고 했을 정도로 반대했다는데.

“변호사로 일하던 남편이 1992년부터 준비해서 1995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를 만들었다. 10년 좀 못되게 시민사회활동을 했는데, 그때 했던 일 중 하나가 최초의 주민 발의로 시립병원을 만드는 거였다. 시립병원설립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는데 그게 날치기로 몇 초 만에 부결됐다.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니까 같이 방청하던 시민들이 뭘 던졌는데, 남편이 대표니까 수배가 된 거다. 교회 지하실에 숨어 있는데 초밥 사서 위로방문 온 사람들이 정 안 되면 우리가 시장이 돼서 공공의료원을 세우자 얘기했다더라. 그래서 출마를 생각하게 됐다.

저는 그때 젊었으니까 이혼하겠다고 협박을 했다.(웃음) ‘나 당신이랑 안 살래. 그 정도로 싫어’ 얘기했지만 안 먹혔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니까 옆에만 있어달라’ 그랬다. 그런데 옆에 있으면 자꾸 돕게 되지 않나. 비슷하니까 만나서 사는 거겠지만, 남편 작전에 말린 것 같다.”

-정치인의 아내란 해보니 어떤 ‘직업’이던가.

“2010년에 성남시장에 취임하고 보니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자리가 시민들과 정말 가까운 자리였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드는 과정이 있어 그 결과를 피부로 느끼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 반해 시장은 금방 바꿀 수 있는 게 신기했다. 그런 것들이 눈에 막 보인다. ‘생각보다 정치가 어려운 게 아니구나. 별나라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일상생활과 밀접하니까. 시장실을 개방해서 아이 놀이방으로 만들고, 장난감 대여하는 것. 아이들이 경제체험을 할 수 있도록 경제벼룩시장 열고, 물건 아끼는 법 가르치는 것. 다른 정치인들은 교육에 잘 투자를 안 하지만 남편은 학교에도 예산을 투자했다. 또 어르신들 일자리 만들어 드리니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다. 시장 만나면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줄 정도로 그렇게 기뻐하시더라. ‘아, 정말 정치가 다른 게 아니구나. 이런 거구나’ 느꼈다.”

TV 프로그램 녹화를 앞둔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씨. 이재명 캠프 제공
TV 프로그램 녹화를 앞둔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씨. 이재명 캠프 제공

-남편께서 바깥에서 겪은 속상한 일, 짜증나는 일에 대해 심정을 잘 토로하는 편인가.

“문 열고 들어오면서부터.(웃음) 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여보~’하면서 찾아온다. 설거지하고 있으면 부엌으로, 청소하고 있으면 방으로 와서 화났던 거, 짜증나는 거, 자랑하고 싶은 거 다 말한다. 의외로 소심하다. 칭찬에 약하고. 누가 ‘시장님 잘 생겼어요’ 하면 그렇게 좋아한다.”

-중요한 정책적 결정에도 조언을 해주나.

“그런 건 정책팀과 정무비서가 있으니까 그쪽에서 하는 거고, 구체적인 뼈대가 나오면 저한테 툭 던져보기는 한다. ‘스케이트장 하면 어떨까? 프로구단 축구단 어떨까?’ 그런 식으로. 그럼 저는 제 직관적인 생각, 평범한 사람으로서 드는 느낌을 얘기해 준다.”

-정계 입문과 달리 대선 출마는 배우자에게도 상당한 역할을 부담시키는 일이다. 대선에 나가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객관적으로 대통령, 영부인 이런 자리에 누가 가고 싶겠나 생각한다. 안 하고 싶고, 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자리다. 하지만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 바꾸고자 하는 세상이 있기 때문에 수긍했다. 내가 보기에 이재명 시장이 나라를 바꾸면 아주 야무지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고, 해야 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번에는 오히려 하라고 했다.”

-남편이 언제 처음 대권 도전을 생각했나.

“작년 홍준표 경남지사와 진주의료원, 무상급식을 놓고 논쟁을 벌일 때 갤럽 여론조사에 지지율 1%로 처음 이름이 나왔다. 저희도 깜짝 놀랐다. 남편이 미국 출장 가 있을 때였는데, 누가 장난하나 했다. 성남 시정에 대해 인정을 많이 해주시면 숫자가 조금씩 높아지고, 촛불 정국으로 또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영부인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을 텐데.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렇게 되는 걸 보면서 참 힘들고 외로운 자리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항상 어렵고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꼭 배우자는 아니어도 옆에 있기만 해도 든든한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독한 결단의 순간에 손 잡아주고, 챙겨주고, 응원해주는 역할이 영부인의 가장 첫 번째 역할 아닐까 생각한다.

정책이야 대통령과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하시지 않겠나. 그러나 세상이 정책만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소프트하게 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영부인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성정책이나 육아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면, 정책도 중요하지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국민의 의식과 사회문화를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이나 운동도 중요할 것 같다. 그런 역할을 차기 영부인이 해주시면 나라에 힘이 되지 않을까.”

-남편이 받았던 칭찬 중 가장 기뻤던 것과 억울했던 것은.

“좋은 건 ‘약속을 잘 지킨다. 말하면 한다’는 평가고, 억울한 건 아무래도 저희 집안 일이다. 남편은 공직자의 친인척은 존재 자체가 부담이고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저한테까지도 그래서 혹시라도 제가 시정에 개입할 사안은 철저히 차단한다.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섭섭했다. 행사에 나가 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을 만나면 지나가면서 대화를 나누지 않나. 그런 것도 인사나 시정에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싫어한다. 민원과 청탁의 관계가 현실에서는 참 애매하다. 그걸 구분하는 게 저도 처음에는 참 헷갈렸던 것 같다.”

-소위 ‘형수 욕설 사건’도 그런 건가.

“셋째 형님도 내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섭섭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은 공직자로서 처절하게 노력해왔다. 그런데 치국평천하 하겠다는 사람이 수신제가 못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가슴 아프다. 이 시장은 공직자로서 가족이나 친인척의 시정개입이나 인사개입은 털끝만큼도 허용치 않는다. 청탁을 할 수가 없다. 그 처절한 노력을 국민 여러분께서 좀 알아주시면 좋겠다.”

-‘정치 그만하자, 여보’ 했던 때 없나.

“2년 반 전 시누이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 그랬다. 야쿠르트 배달하다 건물 청소일을 했는데 과로하다 뇌출혈이 왔다. 야쿠르트 배달할 때부터 다른 데로 옮기고 싶어했는데, 오빠한테 나쁜 말 돌까 봐 못 했다. ‘친오빠가 시장 됐으니 좋은 데 가겠네’ 하는 말을 듣는 게 스트레스였다고 하더라. 그렇게 가고 나서 둘이 너무 속상했다. 만약 정치를 안 했다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이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남편의 공약 중 유권자로서 정말 괜찮다 싶은 것 두 가지만 골라본다면.

“첫째는 기본소득. 완벽한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최초로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성남시에서 시행했었고, 그걸 좋게 봐주셔서 이렇게 공약으로 낼 수 있었다. 기대가 크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이게 마중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더 좋은 건 이 시장의 정책은 늘 정책목표 복합적이라는 거다. 취약계층에게 지역상품권을 배포하는 형식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해 그 지역에서만 돈을 쓸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골목상권이 활성화됐다. 최소 두세 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거다. 또 하나는 현재 11%인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50%로 공약했다. 성남시에서 보여줬듯 전국적으로도 가능하리라 본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토대면 일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가정 내 권력구도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남편은 아내를 이길 수 없다.(웃음) 이 나이 정도 되면 아내한테 권력이 있지 않나?”

-내조의 전략은?

“이 시장은 선입견이나 왜곡된 이미지가 많다. 센 발언이 많았던 것은 약자와 소외된 자들에 대한 공감, 분노 때문이다. 그게 있어서 국민들 분노를 대변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런 홍보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갑자기 부상하면서 워낙 시간도 없었고. 저는 아시다시피 주부라서 다른 능력은 없고, 이 시장의 따뜻한 점, 인간적인 점을 좀 알리고 싶다.”

첫 아들 동호씨를 안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씨. 이재명 캠프 제공
첫 아들 동호씨를 안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씨. 이재명 캠프 제공

-자녀 양육 어떻게 했나. 아들 둘을 모두 고려대에 보냈는데.

“그냥 잔소리하는 엄마였다. 아이들이 특별히 비뚤지 않게 따라줬다. 큰 애는 작년에 공군 전역하고 복학해 경영대 다니고, 작은 애는 올 1월에 전역해 정경대에 다닌다.”

-둘 다 군필이다. 군대를 꼭 가야 한다고 아버지가 강조했나.

“에이, 우리는 당연히 그렇게 다 알고 있다.(웃음)”

-재산이 29억원으로 인권변호사 출신 치고는 너무 많다는 얘기가 있다. 주식투자도 잘해서 1년 새 3억이 늘었는데. 흙수저 맞나.

“흙수저는 맞다. 결혼할 때 월세부터 시작했고, 결혼반지도 맞춰만 놓고 못 찾아서 없이 했다. 그러나 열심히 살았다. 낮에는 외부활동도 많이 하고 재판도 많이 했다. 밤에는 재판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사무실에서 저녁도 못 먹고 일할 때가 많아 제가 도시락 싸서 배달 다니고 했다. 열심히 산 사람이다. 주식투자는 까먹은 것도 많다.(웃음) 저한테 말도 못하고 그런 적도 있다. 주식은 장기투자 스타일로 안정적으로 한다. 잃고 나서 그걸 깨달았더라. 불법적인 것은 전혀 없다.

실은 제가 잔소리도 많이 했다. 집 살 때도 ‘그렇게 시민운동만 할 거면 집이라도 한 채 사놓고 해라’ 해서 산 거다. 집값이 아주 쌀 때 산 거고, 재산의 반 이상이 집이다. 남편이 재벌ㆍ족벌체제를 해체하자고 주장하니까, 그런 사람이 무슨 주식투자를 하냐고 디스를 많이 하시는데, 재벌을 없애자는 거지 기업을 없애자는 게 절대 아니다. 기업이 깨끗하게 경영을 잘해야 저희가 가진 주식도 많이 오르지 않겠나?(웃음) 깨끗하고 건강하게 주식시장이 활성화돼야지 주식투자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꾸 흙수저 정체성을 강조하는데, 분당에 살며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낸 정치인, 그것도 시장이다. 본인의 삶은 중산층 중에서도 상위 중산층인데, 유권자들에게 괴리감 느껴지지 않겠나.

“이 시장의 좋은 점이 바로 그거다. ‘개룡남’, 개천에서 용 난 남자들은 보통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주 말쑥하게 배신을 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안 그러는 거다. 그게 결혼 결심의 첫 번째 이유였다. 본인은 열심히 살며 가족도 잘 건사하고 재산도 만든다. 하지만 본인이 나온 개천,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다. 살면서 이 점이 제일 좋고 멋있다. ‘자기 너무 멋있어’ 이렇게 얘기는 안 하지만.(웃음) 제가 치사한 사람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나.

“그냥 사람 알맹이만 봤다.”

-정치인의 자녀들이 사고를 많이 치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어떻게 가르쳤나.

“걱정된다, 사실. 젊은 아이들이고, 아직 성숙하지 못한 나이니까. 남편이 처음 공직에 들어왔을 때 내가 애들한테 한 얘기가 있다. ‘지금부터는 다른 사람은 다 돼도 너라서 안 되는 게 있다.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예로 든 게 장학금이었다. 아이가 대학 들어갈 때라 장학금 신청이 주제였는데, 아이가 성남시민이니까 아무데나 다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너라서 안 되는 게 있다. 생각해봐’ 얘기했다. 다행히 잘 알아듣더라.”

-여론 전달자로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나.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자주 살펴보시는 편인지.

“본인이 너무 열심히 해서.(웃음) 요새는 시간이 너무 없다 보니까 댓글, 답장, 쪽지 다 챙겨 보기가 어렵다. 요즘 국민들이 정말 현명하고 지혜롭다. 반짝반짝 한다. 남편 혼자서 정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정책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남편 발언 워딩도 화내면서 막 보내준다. ‘이런 말 제발 쓰지 마라. 안 된다. 이렇게 고쳐라’ 잔소리 진짜 심하다.(웃음) 그리고 정말 똑똑하다. 그래서 저도 많이 보고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남편이 당선 될까?

“너무 어렵다, 이 질문. (한참 고민 후) 될 것 같다.(웃음) 이 시장이 하는 일과 주장하는 것들이 지금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원하는 일인 것 같다. 국민의 힘으로 되지 않을까.”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김혜경 여사

1967년 서울 출생

1985년 선화예고 졸업

1989년 숙명여대 피아노과 졸업

종교: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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