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서 3년 가까이 미궁에 빠져있던 침몰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이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판결하고 외부 충돌설까지 제기되는 등 세월호 침몰 원인은 그 동안 각종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줄곧 직접적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세월호 조타수의 조타 미숙이었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물 과적과 고박 불량, 평형수 부족 등으로 선체의 복원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조타수가 우현으로 15도 이상 타를 꺾는 변침을 40초 이상 지속하면서 배가 좌현으로 기울었다. 배가 기울면서 부실하게 결박된 화물들이 왼쪽으로 떨어졌고, 결국 침몰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규정보다 1,065톤의 화물이 더 실려 있었고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는 규정보다 적게 적재돼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11월 이준석(71)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4명의 상고심에서 조타 미숙을 “단정할 수 없다”며 조타기 오작동 등 기계결함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법원은 “사고 당시 세월호의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이상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조타수 조모(57)씨의 업무상 과실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로 침몰 원인은 다시 미궁에 빠졌고, 지난해 말에는 외부 충격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방대한 자료를 조사해 다큐멘터리 ‘세월X’를 제작한 네티즌 ‘자로’는 세월호 좌현 밑바닥에서의 충돌로 인한 침몰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외부의 충격 등으로 인해 바닷물이 급격히 유입되지 않는 한 세월호 크기의 선박이 1시간40여분 만에 완전히 침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었다. 자로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음모설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인양이 원인 규명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세월호 승무원 항소심 재판부는 “세월호를 인양해 관련 부품들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선체 절단 방침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체를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조타실 기관실 등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하는데, 객실을 절단하면 침몰 원인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조타실과 기관실을 잇는 전기배선 등 결정적인 단서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윤천우 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조사2과장은 “기계적 결함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타실 기계들과, 조타실에서 기관실로 보낸 전기 신호가 고장 없이 잘 전달됐는지를 조사해야 하고, 각 구역별로 화물의 무게와 쏠린 방향 등도 확인해야 한다”며 “외부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선체 외부 흔적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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