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26일 열렸다. 외신은 시위 규모나 정부 대응에 주목했지만 한국 촛불집회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 같다는 지적도 눈에 띈다. 집회를 생중계한 팟캐스트 진행자 레오니드 볼코프가 “한국의 촛불집회처럼 평화적이고 자유롭게 진행하자” ”한국에서도 유모차 끌고 아이들 손잡고 피크닉처럼 했다”고 말했다는 게 KBS 모스크바 특파원의 전언이다. 참가자들 또한 “한국에서는 부패 대통령을 탄핵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 있나”라고 말했다 한다.
▦ 이 기사를 접한 뒤 촛불집회가 또 다른 한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외신이 촛불집회를 극찬한 사실을 떠올리면 터무니 없는 말이 아니다. 게다가 유럽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파리와 런던에서 한국의 촛불집회가 경제 불평등과 사회정치적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됐다고 연설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에 맞춰 촛불집회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신청키로 했다. 수상과 등재의 실현을 속단하기 어려우나 이런 움직임이 촛불집회를 알리는 데 일조할 것은 분명하다.
▦ 노래하고 즐기며 평화 시위를 하는 경쾌한 한국식 촛불집회가 새로운 한류가 될지 모른다는 예측은 진작부터 있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가장 감동적이고 호소력 있는 한류 문화는 촛불집회”라며 “독재국가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인류의 양심과 이성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고 주장한 지난해 11월 12일은 촛불집회가 겨우 세 번째 열린 날이다.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는 “아시아의 민주화 물결이 한반도에서 소멸하는 게 아니라 촛불 한류가 돼 아시아 전체로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시의원 하비 밀크의 죽음을 추모한 샌프란시스코 촛불집회, 슬로바키아의 독립을 기원한 브라티슬라바 촛불집회,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기리는 홍콩의 촛불집회 등이 세계적으로 이름난 촛불집회다. 그러나 연인원 1,600만명이 참가한 한국의 촛불집회는 규모나 기간, 참가자의 다양성 등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이미 한국은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으로도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가요, 드라마 등 대중문화와는 또 다른 촛불집회 한류가 세계 민주주의의 신장에 기여한다면 한국을 보는 세계인의 눈이 더욱 따스해질 수 있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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