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사람은 이 세상에 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간직하고 나와서는 스스로 제 몸을 찍게 되나니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뱉은 악한 말 때문이다”
불교 경전 법구경은 인간의 세치 혀가 얼마나 무서운 ‘요물’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런 가르침을 비웃듯 요즘 우리 주변엔 도끼보다도 더한 섬뜩한 말들이 흘러 넘치고 있다. 우리들의 귀가 무사한 것이 다행일 정도이다.
지난주 말, 흐린 날씨 속에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 중턱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 수종사(水鐘寺)를 찾았다. 조선 실학자 정약용 선생과 다성 초의선사를 비롯한 많은 고승과 학자들이 찾은, 두물머리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사람이 없는 새벽녘 풍경소리만 귓가에 맴도는 순간 ‘묵언(默言)’이라고 쓰인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사전적 의미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음’인데, 불교에선 ‘말을 참음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성찰하라’는 수행법으로 쓰인다.
이런 어려운 말을 절 곳곳에 붙여놓은 연유가 궁금했다. 보살님에게 물어보니 “절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떠들어 기도도량인 절이 시장바닥처럼 되어 주지스님이 내린 비상조치”라고 한다. 세속을 잠시 벗어나 절을 찾은 사람이라면 묵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말을 아낌으로써 마음의 귀를 열어야 한다.
적막함 속에 울려 퍼지는 청명한 풍경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악한 말’들에 오염된 머리 속이 정화됨을 느낄 수 있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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