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뮬티플라를 탔다. 할머니는 클래식 500, 그러니까 ‘토폴리노’다.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만진 걸작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뒤 끼리끼리 ‘헤쳐 모여’ 시너지를 낸다. 아빠는 신형 피아트 판다 곁에, 엄마는 신형 500의 옆에 섰다. 네모난 상자 두 개를 포갠 듯한 판다는 새롭게 옷을 갈아입으며 디자인이 훨씬 화려해졌다. 500은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만 외모만큼은 토폴리노와 흡사하다. 이른바 레트로의 선두주자로 친절하게도 원류의 매력을 여전히 품고 있다.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지만 발랄한 1.2 트윈스파크 모델부터 고성능 버전인 아바스까지 선택의 가짓수도 다양하다
형제차인 지프 레니게이드와 섀시를 나눠 쓰지만 귀여움을 잃지 않은 500L은 본격적으로 패밀리카를 넘본다. 핵가족이라면 전천후로 쓸 수 있는 덩치를 자랑한다. 무이자 60개월과 프로모션을 함께 제공했을 때 슬쩍 마음이 흔들린 바 있었다. 자동차가 너무 귀여워 구매를 포기했던 건 노란색 뉴 비틀 이후 처음이었다. 마흔을 훌쩍 넘어선 사내의 차로는 영 어색하지 않은가?
한국일보 모클팀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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