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까지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2017 서울모터쇼가 열린다. 제2전시관 7홀엔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데, 그 중 ‘자동차 역사 코너’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 초기까지의 국내 자동차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최초의 국산 차 ‘시발’도 전시 중이다.
국제차량제작주식회사가 만든 시발은 1955년 산업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시발은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던 차다. 한 대 제작에 4개월 정도가 걸렸다. 1950년대 말 본격적으로 생산시설을 갖추고 정부의 승인을 기다렸지만, 5·16 군사 쿠데타로 시발의 부풀었던 꿈은 사그라졌다.
바통은 새나라자동차에게 넘겨졌고 1963년 시발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67년 현대자동차가 설립되고 1970년대 중반 포니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시작됐다.
국내 1세대 자동차 칼럼니스트이자 자동차 잡지 ‘모터트렌드’에 기고 중인 박규철 편집위원과 시발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아련했던 옛 기억을 더듬으며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두현(이하 조): 이 차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박규철(이하 박): 미군이 사용했던 지프를 다시 재조립했다고도 알려졌는데, 사실은 엔진부터 직접 주물을 부어 만들었습니다. 차체는 드럼통을 망치로 펴서 얹었지요. 그래서 항상 표면이 우툴두툴 거칠었습니다. 지금 보면 굉장히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차의 모양에 차이가 났습니다. 뒤에 스페어타이어를 단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같은 차가 하나도 없었어요. 크롬 테라든지 휠 모양이라든지 조금씩이지만 죄다 달랐어요.
조: 위원님은 이 차(시발)를 타본 적이 있나요?
박: 그럼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 차가 거리에 다녔습니다. 그런데 99%가 택시였지요. 자가용으론 거의 쓰이지 않았어요. 당시엔 주로 걷는 게 일반적이었고 대중교통으론 버스와 전차가 있었습니다. 택시를 탄다는 건 사치에 가까웠지요. 그래서 아마 두어 번 탔던 거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자가용은 고위 공무원이나 상류층이 탔는데 주로 윌리스 지프를 까맣게 칠해서 타거나 커다란 쉐보레 임팔라 세단 등을 타고 다녔습니다.
조: 타보니 어떠셨나요?
박: 아주 오래된 기억입니다. 지금 이 차를 들여다보면 ‘이것도 차라고 만들었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엔 시발에 탔다는 것만으로 아주 영광스러운 기회였지요. 황홀했습니다. 지금처럼 승차감이나 디자인, 기능 같은 걸 따지던 시기가 아니었지요. 차에 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랑거리였습니다. 특히 어렸던 그때의 저로선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입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