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재개장… 내외국인 북적
“바삭 바삭 ‘허니 탕수육’ 맛보고 가세요!” “잠시 후 힙합 공연 펼쳐집니다. 무대 앞으로 오세요!”
화재로 석 달 간 문을 닫았던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이 재개장 한 달을 넘기면서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4지구 화재 이후 93일의 공백에도 불구, 후유증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야시장에는 지난달 3일 다시 문을 연 후 평일에는 하루 3만명, 주말에는 10만명이 찾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서문시장 야시장은 평일 저녁에도 불구 인파로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야시장 매대 운영자인 셀러들의 호객 소리와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으로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무대에서는 5인조 힙합 댄서들의 몸이 허공에 솟구칠 때마다 객석이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큰장삼거리까지 350m 구간에 늘어선 70대의 야시장 매대에는 바삭한 겉과 달리 속은 촉촉한 ‘우유 튀김’, 야들야들 ‘소고기 불초밥’, 생크림 가득 올라간 상큼한 ‘과일 오믈렛’ 등 다채로운 음식 향연에 긴 대기줄에도 지루한 표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셀러들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맛입니다”를 외치며 미소로 호객에 나섰다. 불곱창을 파는 허지현(30)씨는 “다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상인들도 열심히 하지만 손님들도 야시장을 각별하게 여기는 느낌이 든다”면서 “손님들이 ‘수고하라’는 말을 자주 건낸다”고 말했다.
손을 꼭 잡고 구경하는 여고생과 서로 입에 넣어주기 바쁜 연인들, “니 뭐 먹고 싶노”라며 딸과 통화하는 어머니 등 서문시장의 밤을 향유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유난히 눈길이 가는 이들이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오는 음식마다 환호하며 대구의 밤을 만끽하고 있는 외국인 방문객들이었다.
필리핀에서 휴가를 맞아 놀러온 마크(35)씨는 “큰 화재를 겪은 서문시장에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며 “밤이면 놀 곳이 많지 않아 아쉬울 때가 많은데 즐거운 대구의 밤을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낭여행을 온 오패패(30·여)씨는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것보다 규모가 더 커서 놀랐다”며 “외국어 안내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라면핫도그를 파는 이창교(46) 셀러는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시장이라는 자부심에 장사가 즐겁다”고 뿌듯해했다.
야시장이 제 모습을 찾고 있으나 재개장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장기휴장의 여파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셀러 8팀이 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야했다. 재정비 시기도 놓쳤다. 비가 오면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야시장 특성상 전동개폐식 아케이드를 올 여름에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사고현장 수습 등을 이유로 전면 중단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화재 당시 아케이드 구조물로 인해 화재 진압이 어려웠다는 얘기가 나온 터라 다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먹거리부문 20명과 상품부문 10명 등 18∼50세의 야시장 셀러 30명을 추가 모집하고 이달 중 ‘청년 창업 매대’도 운영한다. 야시장 운영을 통해 청년들에게 창업을 경험토록 하겠다는 취지의 창업 테스트베드(Test Bed)로, 2개월 씩 대학별로 순환 운영하게 된다.
즐길거리도 충원된다. 타로와 가상현실(VR) 체험, 놀이기구 등이 운영되는 ‘플레이존’도 들어서게 된다. 또 100% 시민참여 서바이벌 오디션 ‘시민참여가요제’를 활성화하고 편의시설 확충, 미관 개선 등을 통해 서문시장을 글로벌명품시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병두 대구시 서문시장 글로벌명품시장육성사업팀장은 “이달 중 서문시장 면세점과 6월 한옥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면 서문시장이 머무르고 싶은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며 “전국 최고의 서문시장 야시장을 대구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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