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5년 만에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다른 유통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나홀로 성장’이 두드러진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가 편의점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가 20조4,000억원을 기록해 전년(17조2,000억원)보다 18.6% 늘어나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세븐일레븐의 국내 1호점이 1989년 서울 방이동에 문을 연 지 27년만이다. 편의점 시장이 10조를 넘어선 건 2011년인데 이후 5년 만에 20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말 전국 편의점 수도 3만2,611개를 기록해 전년(2만8,994개)보다 12.5% 늘었다. 편의점 시장 성장률은 2015년 24.6%로 크게 뛰었으며 지난해에도 18.6%에 달했다.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성장세가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현재 ‘2강(CU·GS25) 1중(세븐일레븐) 2약(미니스톱·위드미)’ 구조다. 2약으로 평가 되는 위드미와 미니스톱은 올해 대대적 공세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의 호황은 최근 한국 유통업계의 큰 관심사다. 성장 침체기를 겪고 있는 유통채널 중에 거의 유일하게 편의점만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우려 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는 것이다.
편의점 성장요인은 무엇보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를 들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00년 15.5%에서 2015년 27.1%로 늘어났으며 향후 10년 내에 31%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1인 가구를 위한 가정 간편식ㆍ소용량 제품 판매와 함께 ‘택배 대신 받기’ 등 맞춤형 서비스 등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편의점은 단순 소매점의 기능을 넘어 종합 생활서비스 공간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예전엔 고객들이 상품 구매만을 위해 편의점을 방문했다면 이젠 택배, 픽업, 배달, 차량렌탈, 휴대폰 충전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찾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상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골목 어귀의 단골집처럼 고객이 더 자주 찾게 하겠다는 것이다.
자체상표(PB) 상품 개발도 편의점 성장의 비결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은 각각 자체브랜드인 HEYROO, YOU US, 세븐을 선보이며 해마다 수백 개에 달하는 PB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편의점 산업의 경우 성숙기에 이르렀을 때 해외진출과 PB상품 전략화를 통해 재성장의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 일본 편의점 하루 매출은 한국의 3.6배, 점포당 하루 고객 수는 한국의 2.9배에 달한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노인과 여성 등 고객층 특화, 디저트ㆍ도시락 등 조리식품의 특화, PB 상품의 프리미엄화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편의점이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거나 뷰티와 건강 관련 상품을 모아 여성 친화적 점포를 만들고 있다”며 “일본 사례를 참고해 콘텐츠 중심의 차별화 경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국내 편의점 고객층은 10~3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으나, 다양한 생활서비스 제공으로 고객층이 다변화하면 편의점 산업의 성장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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