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고향 집 근처에는 과일이라고는 자두나무 몇 그루가 전부였다. 여름 달콤한 자두 향이 번지면 입안의 침샘은 저절로 흘러내리곤 했다.
하지만 향기만 나를 괴롭힐 뿐 자두는 손에 넣기는 힘들었다. 주변을 감싼 탱자나무 가시가 철조망보다 더 날카롭고 촘촘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탱자나무 울타리는 귀신도 뚫지 못한다'고 했을까.
무섭고도 흔하던 기억이 사라져가는 요즘, 강화도에서 수령 400년이 훌쩍 넘는 커다란 탱자나무 두 그루를 만났다. 천혜의 지형인 강화도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변에 심은 나무들이다.
얽히고 설킨 탱자나무 가지들이 열강에 끼인 한반도 정세처럼 복잡하지만 선조들의 지혜를 빌어 차근차근 대책을 마련할 때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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