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정부의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작성 과정에 개입해온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특히 최씨가 진보 성향의 영화 등을 제작ㆍ배급해 온 CJ 이미경 부회장을 욕하며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측근의 증언이 나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5일 열린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인에 대한 공판에서 이들이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에 개입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조사를 통해 이 같은 정황을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최씨는 측근인 고영태씨를 통해 ‘현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을 알아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고, 실제로 블랙리스트를 보고 받았다. 특검은 최씨가 현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보였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씨는 CJ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최씨 측근인 차은택 광고감독은 특검 조사에서 “최씨가 이미경 CJ 부회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했다”며 “CJ가 만든 영화에 좌파 성향이 많아 이 부회장에 대해 ‘XX년’이라고까지 말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지난해 검찰 조사 결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2013년 7월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사퇴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고, 배후에 최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블랙리스트를 관리한 정황도 나왔다. 특검이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국정원에서 팀을 구성해 케이스바이케이스(개별적으로)가 아니라 리스트를 만들어서 (인사들을) 추적해 처단토록 해야 한다’는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이 담겨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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