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평일 낮에 편성
시청률 5%에도 못 미쳐
미국은 피크타임에 집중
직장인 강모(28)씨가 더불어민주당 경선투표 선거인단에 등록한 건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잘 검증된 사람으로 뽑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선 토론 방송은 대부분 근무시간인 평일 오전이나 오후 시간대에 편성돼 제때 챙겨볼 수 없었다. 강씨는 “퇴근 후 온라인 기사에 첨부된 동영상 클립으로만 토론을 봤다”며 “특정 정당의 열혈 지지자가 아니면 전체 토론을 다시 챙겨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4일을 마지막으로 원내 5당의 경선이 마무리됐지만, 경선 토론 방송이 대부분 평일 오전ㆍ오후 시간대에 편성돼 대부분의 직장인과 학생들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말 오전에 편성된 방송을 제외하면 각 당의 경선 토론 방송 전국 시청률은 대부분 5%에 못 미쳤다. 조기 대선으로 TV토론이 대선후보를 고를 주요 검증수단으로 떠올랐는데도 상당수 유권자는 경선 토론이 개최된 사실조차 몰랐거나, 알았어도 생업이나 학업 문제로 시청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미국의 경우, 정당별 경선 토론부터 황금 시간대에 집중 편성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각각 민주당 9번, 공화당 12번의 경선 토론을 거쳐 각 당의 대선후보를 뽑았는데 이 중 황금 시간대로 분류되는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에 민주당 8번, 공화당 8번의 경선 토론이 방송됐다. 거친 언사로 주목을 받았던 트럼프 당시 공화당 예비후보가 출연한 공화당의 1차 경선 토론은 케이블 방송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고, 2차 토론은 CNN 출범 이래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경선 토론 방송은 각 당의 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사가 일정을 조율해 편성한다. 보통 당 선관위가 경선 일정에 맞춰 특정 날짜에 편성을 요청하면 방송사에서 구체적인 시간을 정하는 식이다. 국민의당 공보실은 “정당에서는 방송일자만 요청하되 원하는 시간을 요구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공보실도 “황금 시간대에 편성해달라고는 못하고, 다른 당과 형평에 맞게 결정해달라는 정도만 협의한다”고 했다.
토론 방송 시간대는 유권자의 선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 제82조2 10항은 각 당 대선후보가 뽑힌 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대선후보 토론회는 오후 8시부터 11시 사이에만 방송하도록 아예 시간대를 못 박고 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기 대선에서는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TV 토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더 많은 유권자가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방송 시간을 잡고 토론 형식도 끝장토론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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