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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커니즘의 지존, 중고차의 보석, 포르쉐 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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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커니즘의 지존, 중고차의 보석, 포르쉐 997

입력
2017.04.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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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97 카레라 S. 역시 블랙은 특유의 ‘오라’를 지녔다. 포르쉐 AG 제공
포르쉐 997 카레라 S. 역시 블랙은 특유의 ‘오라’를 지녔다. 포르쉐 AG 제공

포르쉐 6세대 911, 코드네임 997에는 지금 봐도 근사한 첨단 기술이 담겨 있다. 전통에서 비롯된 멋진 실루엣은 뛰어난 공기역학성능을 품었다. 보디는 단단하고 비틀림 강성은 높다. 996에 비해 8% 높아졌다. 세대를 건너뛸수록 완벽해지는 911이지만 사견으로는 996과 997에서 잠시 멈춰도 좋다는 생각이다. 레이스에서 얻어낸 기술을 아낌 없이 양산차에 쓰는 포르쉐를 존중한다. 356 스피드스터를 동경하는 어린 시절 마음은 최신형 991을 볼 때도 작동한다. 전통의 힘이다. 기술에 천착하는 브랜드를 향한 신뢰다.

포르쉐 997의 투시도. RR 구성의 레이아웃을 고집하는 집념에 찬사를 보낸다.
포르쉐 997의 투시도. RR 구성의 레이아웃을 고집하는 집념에 찬사를 보낸다.

포르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용융 아연도금강판을 쓴 메이커다.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차답게 6세대 911은 차체의 많은 부분을 고장력 붕소 스틸로 만들었다. 보닛은 가벼운 알루미늄이다. 특유의 강화 보디 쉘 구조는 승객을 보호하고 사고 때 손상 규모를 줄인다. 강화된 멤버 프레임과 크로스 멤버는 충격 흡수의 일등 공신이다. 서스펜션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무게를 덜고 트레드를 넓혔다. 댐퍼의 감쇠력을 조절하는 액티브 서스펜션은 중고차를 구매하기 전에 꼭 체크할 항목. 불쑥 고장이라도 난다면 보수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포르쉐 997 중에서도 한층 특별한 모델은 외모가 살짝 다르다.
포르쉐 997 중에서도 한층 특별한 모델은 외모가 살짝 다르다.

전통적인 실루엣이 살아있는 보디 디자인은 상징적이다. 996의 공기저항계수가 0.3Cd인데 비해 997 카레라는 0.28, 카레라 S는 0.29를 보인다. 고속에서의 접지력을 위해 차체의 바닥패널과 윙을 달았다. 996에 비해 비틀림 강성은 8%, 휨 강성은 40%가 개선된 결과를 얻었다. 996과 997의 보디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개량이 이뤄진 건 사실이다.

포르쉐 997의 제동 시스템은 믿고 의지할 수 있다.
포르쉐 997의 제동 시스템은 믿고 의지할 수 있다.

차를 믿고 달릴 수 있는 건 제동 장치의 신뢰성 때문이다. 911 터보에서 가져온 산화 피막을 입힌 빨간 캘리퍼가 든든하다. 반복되는 제동으로 발생하는 열은 내부 공기 통로를 통해 식히고 수증기는 디스크에 엇갈리게 뚫은 구멍으로 쉽게 뽑아낼 수 있다. 에어덕트에 스포일러를 부착해 통풍 흐름을 개선했다. 출시 당시 옵션으로 세라믹합금 브레이크 시스템(PCCB)을 달 수 있었는데 그건 ‘복불복’이다. 레이싱 장비인 세라믹 디스크는 1,700℃로 제련한 카본 파이버 재질로 냉각성을 높이기 위해 통풍구를 두 배로 늘렸다. 주철 디스크에 비해 무게는 절반에 불과해 현가하질량 개선에 적합하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예리해진다는 얘기다. 다만 중고차로 살 때는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6기통 박서 엔진의 감성은 짜릿하다. 내구성에 대한 신뢰도 높은 편이다.
6기통 박서 엔진의 감성은 짜릿하다. 내구성에 대한 신뢰도 높은 편이다.

전통의 복서(수평대향) 엔진은 엔진 높이가 낮아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는 설계상의 장점이 있다. 급격한 하중이동에도 오일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드라이 섬프 윤활방식을 썼다. 별도의 오일탱크가 아닌 실린더 블록에 오일을 담아 각 피스톤에 트윈 제트 방식으로 뿜어내어 엔진 냉각효과나 윤활성능이 뛰어나다. 메인 베어링 브래킷을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 베어링 간극을 줄였다. 이에 따라 마찰소음이 줄고 엔진 오일 소모도 타차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타코메타가 가운데 위치한 포르쉐 특유의 계기판. 스티어링 휠 뒤로 플리퍼가 보인다.
타코메타가 가운데 위치한 포르쉐 특유의 계기판. 스티어링 휠 뒤로 플리퍼가 보인다.

6단 수동변속기와 팁트로닉 S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팁트로닉 S 자동변속기는 5개의 운전 모드를 갖췄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자동으로 스포츠 모드가 되고 급제동 때는 알아서 기어를 내려 엔진 브레이크를 건다. 엔진 자체의 드래그 토크를 쓰는 셈이다. 경사도를 측정해 언덕을 오를 때는 저단으로, 내려갈 때는 엔진 제동력을 살린다. 아주 똑똑한 변속기지만 그래도 자동은 자동이다.

국내에 연식 좀 지난 997 중고차는 대부분 팁트로닉을 달고 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PDK를 장착한 후기형 모델을 타봤다면 자동변속기 모델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매물은 많지 않지만 수동 변속기를 단 997을 구매하기를 권한다. 6단 수동은 이전 모델에 비해 유격을 15% 줄여 재빠른 변속이 가능하고, 흔히들 ‘손맛’이라 부르는 감각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16만km에 이를 때까지 교환이 필요 없는 전용 오일을 쓴다지만 중고차의 주행 이력은 알 수 없는 법. 차를 구매한 직후 각종 소모품은 교환하는 게 좋겠다.

포르쉐 997의 스티어링 가변 시스템.
포르쉐 997의 스티어링 가변 시스템.

스티어링 가변 시스템이 들어갔고 에어백은 모두 6개로 앞좌석, 시트 등받이, 도어 등에 달려 있어 사고 시 모든 에어백이 펼쳐지면 시트 전체를 두르는 모양이 된다. 에어백은 한번 전개되면 모듈 자체를 새로 바꿔야 하는 품목이다. 스포츠카를 살 때 사고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포르쉐 997 중에서 가장 전통에 가까운 실루엣을 갖춘 스피드스터.
포르쉐 997 중에서 가장 전통에 가까운 실루엣을 갖춘 스피드스터.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위한 최고의 추천 모델이다. 닛산 370Z의 신차 가격이라면 지금 봐도 첨단 기술의 총아인 997를 구입하고 등록한 뒤 정비까지 싹 끝낼 수 있는 금액과 얼추 비슷하다. 문제는 마음에 쏙 드는 모델을 찾기가 어려운 점이다. 가격이 좋으면 연식이 지나치게 오래됐고, 가격이 좋으면 사고 흔적이 있고, 나무랄 데 없는 상태로 흡족한 기분이 들면 변속기가 팁트로닉이다. 아, 선택의 어려움이야말로 중고차 최대의 단점이다. 그만큼 마음에 쏙 드는 매물을 찾아내 구매에 성공할 때의 희열은 한층 커진다. 그렇게 난 오늘도 중고차 시장이나 클럽에 잠복해 있다. 수동변속기를 단 997을 움켜쥐기 위해.

한국일보 모클팀 moc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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