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8일 오후 8시,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TMA-12호가 푸른 창공으로 날아 올랐다. 탑승객은 30세의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이었다.
땅이 흔들리며 엄청난 불기둥과 함께 창공으로 향하는 우주선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당시만 해도, 드디어 우리나라가 우주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는 바람을 모두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36번째, 그리고 7번째 여성 우주인 배출국이 됐다. 이 씨는 세계적으로는 49번째지만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여성 우주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주인을 뽑는 과정은 길고 험했다. 2006년 12월, 한국 우주인 후보로 이소연과 고산이 최종 선발됐고 치열한 경쟁을 뚫은 둘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유리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험난한 훈련 과정을 거쳤다. 다음해 9월 고산이 탑승 우주인, 그리고 이소연이 예비우주인으로 선정됐지만 2008년 3월 고산이 훈련과정에서의 보안위반을 이유로 탈락하면서 이소연이 최초 우주인의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이 씨는 성공적인 우주여행을 마치고 12일 후 카자흐스탄 초원으로 무사 귀환했다.
9년 전 오늘, 우주선 발사는 성공했고 대한민국은 우주강국의 꿈을 이뤘다고 흥분했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험난하기만 하다. 임무 복귀 후 영웅으로 추앙되던 이 씨는 우주인으로서의 활동보다는 연구원과 교수로 강연에 전념하다 항공우주연구원과의 계약 해지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금은 현지에서 결혼 해 미국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최종 후보였던 고산씨 또한 우주인과는 딱히 관계 없는 CEO로 변신해 창업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우주인 계획이 장기 프로젝트가 마련되지 못한 일회성에 그쳐 아쉬울 따름이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st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