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없이 돈 풀어 경제를 부양하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신자유주의 성장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2020년에도 2%대 성장률에 머물 것이다.”
2017 한국포럼 세션2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용섭 건국대 석좌교수는 한국 경제를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병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환자”라고 진단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와 같은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저성장ㆍ양극화ㆍ추락하는 행복지수 등 3대 중병과 급증하는 재정ㆍ가계부채 등 양대 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세계 최고 자살률(10만명 당 26.5명ㆍ2015년 기준)과 세계 최저 출산율(1.17명ㆍ2016년 기준)을 언급하며 “구성원의 행복도가 떨어지는 현재의 성장 방식은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 주도 성장에서 소득 주도 성장으로 바꾸고, 조세부담률을 높여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국민 소득을 높이고 이를 통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10.4%ㆍ2014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6%)보다 한참 낮은 최하위권이다. 이 교수는 “낙수효과와 같은 신자유주의 환상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국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포용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만들고, 중소벤처기업부나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혁신창업국가의 기틀을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이용섭 건국대 석좌교수
전남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자부 장관, 건교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제18대 민주통합당, 제19대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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