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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예산 쥐고 민간축제에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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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예산 쥐고 민간축제에 갑질?

입력
2017.04.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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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음악축제 ‘사운드바운드’

올해 지원 약속했던 예산을

시 주도 개항장음악축제에 쓰기로

지난해 시작한 청년예술제도

“문화재단이 운영권 가져가려”

지난해 7월 2일 인천 중구 신포로 라이브카페 버텀라인에서 ‘2016 사운드바운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제공
지난해 7월 2일 인천 중구 신포로 라이브카페 버텀라인에서 ‘2016 사운드바운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제공

2013년 5월 인천 중구의 LP카페, 라이브클럽 등과 지역예술인, 인디음반ㆍ공연 제작사인 루비레코드는 힘을 합쳐 음악축제 ‘사운드바운드’를 개최했다. 축제 기간 중구 구도심 곳곳에선 인디밴드와 대중음악 공연이 펼쳐졌다. 2015년을 제외하고 작년까지 모두 3차례 열린 사운드바운드는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10월 문화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문화예술의 우수사례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사운드바운드라는 이름을 건 축제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이 축제에 올해 1억5,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말을 바꾼 탓이다. 해당 예산은 문화재단이 기획한 축제에 쓰기로 했고 사운드바운드는 이름과 형식도 바뀔 처지다.

2월 21일 열린 인천문화재단 2017년 제1차 이사회 회의안건 자료를 보면 올해 예산서에 사운드바운드 개최와 관련해 1억5,000만원이 편성돼 있었다. 하지만 문화재단은 최근 축제 타이틀을 개항장음악축제로 바꿨다. 사운드바운드를 기획한 루비레코드와는 논의조차 없었다.

6월 8~18일 열흘간 인천항 제8부두와 신포동 일대 등에서 열릴 예정인 개항장음악축제는 관악과 합창 등을 앞세운 축제다. 루비레코드 측은 “올 초 사운드바운드와 가칭 부두음악회를 함께 열기로 협의했던 문화재단이 독단적으로 축제의 타이틀과 내용을 바꿨다”며 “최진용 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달 17일 면담에서 1억5,000만원의 예산으로 개항장음악축제와 사운드바운드를 함께 진행하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이를 무시한 채 사운드바운드 관련 예산만 한 푼도 확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화재단이 개항장음악축제의 한 부분으로 사운드바운드를 축소하고 이름도 일방적으로 바꾼 게 확인되자 예술인들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지역예술인은 “인천시의회와 재단 이사회를 통과한 예산을 재단 마음대로 전용한 만큼 우리도 보이콧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예술인과 예술단체는 시와 문화재단이 청년예술인들이 주도해 지난해 시작한 인천청년문화대제전(인천청년예술제)도 관 주도 행사로 바꾸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시와 문화재단은 청년예술인들과 어떤 상의도 없이 청년문화대제전의 방향을 틀어 청년이 주체가 아닌 재단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행사로 만들려 하고 있다”라며 “공모를 통해 청년공연팀을 뽑아 300만~400만원을 주고 공연하게 한다는 것인데, ‘내가 주인이니 너희들은 따르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개항장음악축제 철회와 청년문화대제전에 대한 간섭 금지, 시와 문화재단의 공개 사과 등을 촉구하고 있다.

문화재단 측은 “사운드바운드를 포함한 개항장음악축제 사업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투명하게 설명하고자 한 것이 사운드바운드에 예산 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를 산 것 같다”라며 “청년문화대제전은 검토와 준비 단계에 있는데, 지역예술인들의 요구대로 청년들이 중심이 돼 진행되는 축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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