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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입력
2017.04.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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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클레스(Damokles)는 기원전 4세기 전반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참주(僭主) 디오니시오스 2세의 측근이었던 인물이다. 디오니시오스 2세의 궁전은 아름답고 값진 물건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복종했다. 다모클레스는 이런 디오니시오스 2세의 권력과 부를 부러워했다.

하루는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오스 2세에게 말했다. “얼마나 행복하십니까? 왕께서는 누구나 바라는 것을 모두 가지고 계시니 말입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폐하의 부와 쾌락을 누려보는 것이 제 평생의 소원입니다.“ 그러자 디오니시오스 2세는 대답했다. “그렇게 부럽단 말이지? 알겠네. 내일은 그대가 왕이네. 자네 뜻대로 해보게나.” 다음날 다모클레스는 그의 소원대로 왕의 자리를 체험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향기로운 술과 아름다운 여인, 흥겨운 음악에 둘러싸인 그는 오늘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천정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날카로운 칼이 단 한 가닥의 말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그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의 표정은 잿빛으로 변했다. 더 이상 술도 음식도 맛을 잃었다. 음악도 즐겁지가 않았다. “뭐가 잘못되었나?” 디오니시오스 2세가 다모클레스에게 물었다. “저 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저 칼이 왜 저기 있는 건가요?” 다모클레스는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디오니시오스 2세가 말했다. “그게 뭐가 그리 대수로운가? 나는 매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산다네. 나의 권력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 아래에서 항상 위기와 불안 속에 유지되고 있지.“

이 일화는 로마의 명연설가 키케로에 의해 인용되면서 유명해졌고 그 이후에도 ‘절박한 위험’을 강조할 때 속담처럼 사용되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4세’를 꼬집고자 그의 희곡에서 한 말이다. 왕관을 쓴 자는 명예와 권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의미인데. 지난 2013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상속자들’ 부제로도 유명세를 탔다.

대선 정국을 맞이하여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대통령 적임자라 주장하고 있다. 어느 정도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훨씬 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설픈 겸양은 권력의지가 박약하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기에 모두 하나같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며 강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국민이 진짜 스스로 주권자임을 자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날인 선거일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후보자들을 검증하기 위해 바쁘다.

권력의지에 충만한 대선 후보들에게 한 마디 더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자왈, 불환무위 환소이립, 불환막기지, 구위가지야(子曰,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공자는 말했다. “자신이 자리에 있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그런 자리에 가게 될 준비가 되었는지를 걱정하라.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아줄 만하게 되려고 노력하라.” 논어 이인(里仁)편에 나오는 문장이다. 자신이 높은 자리에 있지 못함(無立)을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그런 자리에 가게 될 것(所以立)을 미리 걱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라는 공자의 준엄한 가르침이다.

권력이 뿜어내는 마력에 도취할 경우 그 말로(末路)가 얼마나 비참한지 우리는 최근의 탄핵정국을 통해 생생히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권력(大權)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이들이 때로는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역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이 큰 칼 아래에 놓여 있음을 직시할 줄 아는 명철한 리더, 아울러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준비된 리더를 원한다. 진정으로 그런 리더를 갖고 싶다.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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