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중형 세단 ‘올 뉴 알티마’
옵션 줄이고 가격 내려 돌풍
FCA 컨버터블 ‘피아트 500C’
80㎞ 속도에서도 오픈카 변신
시트로엥 ‘C4 칵투스’ 외관 독특
벤츠 ‘스마트 포투’는 연비 24㎞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가격이다. 성능과 연비, 편의사양 등을 조금만 고려하다 보면 금방 3,000만원대를 훌쩍 넘기고 만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의 고급화 바람 속에서도 저렴한 2,000만원대를 유지하며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개성으로 무장한 차량들이 늘고 있다. 고급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오픈카는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견되는 고(高)연비 차량, 수입 중형 세단 등이다. 특히 비싼 차라는 선입견이 강한 수입차 업계에선 젊은 고객층을 사로 잡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2,000만원대 차량의 모델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2,000만원대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2,287대로 전년동기(1,116대)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2,000만원대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주요 요인에는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의 ‘올 뉴 알티마’ 돌풍이 자리잡고 있다. 알티마(2.5 SL 스마트)는 올 1~3월 2,000만원대 수입차 총 판매량의 절반을 넘는 1,186대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알티마는 2009년 국내 첫 출시 당시 3,690만원에서 시작해 2010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3,390만원, 지난해 2,990만원까지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대중화를 목표로 계속 가격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알티마는 국내에서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수입 중형 세단으로 자리 잡았다. 닛산 관계자는 “알티마 2.5 SL 스마트는 상위 트림(3,490만원)과 비교할 때 선루프와 네비게이션 등 일부 옵션을 제외하고 제원 사양이 모두 동일하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티마를 제외하면 2,000만원대 수입차 중에는 소형이나 준중형 차량이 대부분이다. 대신 이들 차량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맞춤 별 개성으로 차량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컨버터블 모델인 ‘피아트 500C’(2,790만원)이다. 고가의 수입 차량에만 있을 것 같은 편견을 깨고 피아트500C는 2,000만원대에 오픈카를 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피아트 500C의 소프트 톱은 버튼을 누르면 15초 만에 여닫을 수 있다. 시속 80㎞를 달릴 때도 물론 작동한다. 운전 중에 차량이 오픈카로 변신하는 즐거움을 소비자들이 2,000만원대 가격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특이한 외관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차량도 있다. 바로 시트로엥의 ‘C4 칵투스(1.6 Blue-HDi)’이다. 2,850만원인 C4 칵투스는 헤드램프와 측면에 탑재된 에어범프 등의 디자인으로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당시 큰 관심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C4 칵투스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2,000만원대 차량 중 가장 독특한 외관을 가진 차량”이라며 “에어범프는 내부에 공기 주머니가 적용돼 있어 혹시 모를 ‘문콕 테러’ 등 외부 스크래치 방지 및 충격 흡수 등 차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친(親) 환경차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연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 등을 우후죽순으로 내놓고 있지만 구입하기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국지엠의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EV’가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지만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하이브리드 차는 여전히 3,000만원대 후반의 높은 가격을 형성해 구매가 망설여지는 단점이 있다. 소비자들의 이런 고민을 공략하고 있는 차량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스마트 포투’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아니지만 공인연비가 24.4㎞/ℓ에 달한다. 71마력을 내는 3기통 0.9L 동급엔진이 들어가는 기아차의 ‘모닝’(15.4㎞/ℓ)보다 9㎞/ℓ 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스마트 포투의 단점은 국내에서 경차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경차 기준은 차폭이 1,600㎜ 이내여야 하는데 포투는 1,660㎜다. 스마트 포투의 가격은 2,790만원.
최근 들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도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수입차 모델이 있다. 바로 일본 닛산의 콤팩트 SUV 쥬크(2,690만원)다. 쥬크는 4기통 1.6ℓ 직분사 터보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5㎏ㆍm의 힘을 낸다. 미국 자동차 조사업체인 켈리브룩북이 한때 가장 사고 싶은 SUV로 선정하기도 한 모델이다. 반면 2,000만원대 수입차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아쉽게도 자취를 감춘 차량도 있다. 폭스바겐의 ‘폴로 1.4 TDI’는 2015년 한해 동안 1,348대가 팔리며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폴로는 1세대가 1975년 첫 출시된 이후 전세계에서 1,600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탄탄한 주행성능과 높은 연비(17.4㎞/ℓ)로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입문하는 첫 차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연비조작 사건에 휘말리며 지금은 국내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특성상 월별 판촉이나 딜러 별 추가할인을 이용하면 10~20%대에 달하는 큰 폭의 할인이 가능하다”며 “2,000만원대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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