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일자리 정책 뚜렷한 차이
문재인 “5년간 21조원 재정 투입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 연결 없인 부작용 우려
안철수 “민간이 주도, 정부는 지원
직무형 정규직 도입할 것”
구체적 계획 없어 실현 미지수
일자리 공약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노선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문 후보는 강력한 정부 주도, 안 후보는 민간 주도ㆍ정부 지원이라는 큰 그림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정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가장 손 쉬운 근시안적 방안에 그치고 있다는, 안 후보는 구호는 좋지만 추상적 해법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한국일보와 참여연대가 공동 진행한 정책평가 질의에 따르면 문 후보는 공약 1순위로 일자리를 내걸 만큼 정부의 국정운영을 일자리 만들기 중심으로 하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실’을 설치해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의 총사령관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5년간 21조원을 투입해 공공부문 81만개(공무원 17만4,000개ㆍ공공서비스 등 64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다. 재원 마련을 위해 집권 후 즉시 10조원 이상의 일자리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모든 정책과 예산사업에는 ‘고용영향평가제’를 전면 실시해 일자리 창출과의 연계성을 면밀히 살핀다는 전략이다. 고용영향평가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요 사업을 진행할 때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고용친화적인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평가단의 점수는 후하지 않다. 평가단은 “일자리 창출에는 성장 추세와 무관하게 정부가 억지로 만들어내는 단기 과제 그리고 성장 추세에 맞게 자연스레 일자리를 늘리는 장기 과제가 있는데 문 후보의 공약은 단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경제 성장 정책과 연결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일자리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돈 벌어서 세금 내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돈을 쓰는 일자리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추경안이 국회를 쉽게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평가단은 고용영향평가제에 대해서도 “어떤 정책과 예산이 평가될지 여부와 고용창출과 예산증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세부방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민간과 기업을 일자리 창출의 주체로 보고 정부는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공부문에서는 고용이 보장되면서도 고임금과 연공급의 부담을 완화한 ‘직무형 정규직’을 제안했다. 직무형 정규직은 직무에 따라 급여를 받지만 사업장 폐쇄 등 특수상황에는 해고가 가능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형태다. 여기에 어린이ㆍ노인ㆍ장애인 등을 지원하기 위한 돌봄서비스 분야에 ‘사회복지고용공단’을 광역단위로 설립해 이 곳 종사자들에게 최소 연봉 2,000만원 이상을 보장해 주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갱신기대권의 입법화, 계약해지 남용규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평가단은 그럴듯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민간 주도라는 포괄적인 주장을 위해서는 민간과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조건, 그리고 정부가 기여할 수 있는 경로 등이 상세히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런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가단은 또 “직무형 정규직은 현재 무기 계약직과의 차이점이 뭔지 모르겠으며 비정규직에 대한 해법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단, 5년간 한시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80%(현재 60%)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청년 1인당 월 50만원씩 2년간 지원하고 미취업 청년의 교육훈련에 월 3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 고용 방안은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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