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정 지휘자가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고향노래’로 여겼던 음악들은 실제로도 작곡가들의 고향 노래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페르귄트 제2모음곡’ 중 제4곡이다.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드 그리그(1843~1907)가 같은 나라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극시 ‘페르귄트’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시를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반주곡을 만들어 달라는 입센의 제안을 받아 작곡해 1876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초연됐다. 애초에 극음악 ‘페르귄트’는 총 24악장으로 작곡됐는데 그리그는 후에 각각 4곡으로 이뤄진 2개의 관현악 모음곡으로 편곡했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방랑의 길을 떠난 주인공 페르귄트가 고향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솔베이지의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 곡이다. 오랜 여정을 마치고 늙고 지친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페르귄트는 백발이 된 솔베이지를 만나 그의 무릎에 엎드려 평화로운 죽음을 맞게 된다. A단조로 시작되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너무나도 유명한데 이 멜로디는 노르웨이 민요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리그는 대표적인 국민악파에 속하는 작곡가다. 국민악파는 민족의 고유한 특색을 음악에 담았던 19세기 후반의 서양 음악 사조다. 프랑스 혁명 이후 러시아에서 시작돼 동유럽과 북유럽으로 퍼졌다. 노르웨이는 1814년까지 덴마크의 식민지였고, 그 후 1905년까지는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다. 이 시기를 살았던 그리그는 민족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노르웨이의 민요와 민속음악을 반영한 곡을 만들었다.
임헌정 지휘자가 또 다른 ‘고향노래’로 꼽은 ‘신세계 교향곡’도 국민악파에 속한다.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는 체코 국민악파의 창시자로 불린다. ‘신세계 교향곡’에도 체코 민속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이 들어가 있다. 1891년 프라하 음악원 작곡과 교수로 임명됐던 드보르자크는 얼마 되지 않아 미국 뉴욕 국민음악원 원장 자리를 제의 받는다. 고민 끝에 미국으로 떠난 드보르자크는 미국의 대도시에서 영향을 받아 ‘신세계로부터’라는 제목을 붙인 교향곡 9번을 작곡했다. 조국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곡으로 제2악장의 라르고 선율이 특히 유명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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