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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나이ㆍ수입 고려 공동 통장 운용
항목별로 나눠 한달 총 소비한도 정해야
#2
기념일 등 부담되는 예산은 별도 편성
무료 공연ㆍ산책 ‘저비용 놀거리’ 발굴을
대학생 이가은(21)씨는 지난달부터 대학원생인 남자친구와 데이트통장을 운용하고 있다. 원래 있던 통장 하나에, 아르바이트 수입을 토대로 이씨는 20만원, 남자친구는 30만원을 입금하기로 정했다. 함께 만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는 이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만 사용한다.
이씨는 “제가 제안했는데 예전에는 한 사람이 밥을 사면 돈을 안 낸 사람이 미안해서라도 차를 사고 영화를 보거나, 저녁까지 먹는 등 번갈아 돈을 내고 헤어졌는데, 그런 불필요한 지출이 사라졌다”고 했다. 액수가 제한돼 있다 보니 매달 70만~80만원 가량 들었던 데이트 비용은 50만원으로 줄었다. “정해진 규모 안에서는 뭐든 편하게 서로 원하는 걸 말할 수 있는 게 장점 같아요.”
직장인 변성찬(26)씨 커플도 1년 전 여자친구의 제안으로 데이트통장을 만들었다. 4세 연상인 여자친구가 40만원, 변씨가 35만원을 각자 급여일에 입금해 식비, 문화생활비 등으로 쓴다. 변씨 역시 “서로 번갈아 낼 때는 부담이 되는 액수도 그냥 내는 경우가 많아 각자 60만원 정도 써왔는데 이제는 한도 내에서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했다.
데이트 비용에 관한 절대규칙은 없다. 연인들이 나이, 경제상황, 월 수익, 성별 등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분담하느냐는 각양각색이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도 토의 없이 암묵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고, 명시적 협의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미 갈등이 발생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터놓고 규칙을 정하는 협상 테이블의 마련은 필수다.
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규칙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우선 한 달에 총 얼마를 소비할지 한도부터 정해 보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분담해야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럽고 부담스럽지 않은지, 재정과 수입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항목에 얼마를 소비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여자들은/남자들은 이걸 좋아할 거야’라는 막연한 추측만으로는 무분별한 소비의 굴레를 끊기 어렵다.
부담이 되는 예산은 한정적으로 특별한 날을 위해서만 별도 편성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성수기, 기념일 등 평시보다 큰 비용 발생이 예상되는 날의 지출은 함께 사전에 계획, 편성해둬야 매일 매일을 특별한 날로 만드느라 허리가 휘는 상황을 방지한다.
적어도 데이트 몇 번에 한 번은 무료 공연을 찾거나, 자전거 렌트를 활용하는 등 저비용의 놀이거리를 함께 발굴해 자주 활용할 수도 있다.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활용하거나, 도심 축제 참가, 하이킹이나 산책 등 함께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으면 저비용 데이트의 방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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