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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쿠팡, '로켓배송'에 1조 날렸지만… 벼랑 끝 전술 계속

입력
2017.04.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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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배송’ 유통ㆍ물류업계 파란

작년 매출 늘었지만 여전히 적자

소셜커머스 3社 출혈경쟁 속

“물류 관련 투자는 계속할 것”

김범석 쿠팡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아마존도 두렵지 않다."

2015년 3월 김범석(40) 쿠팡 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당일 배송서비스(로켓배송)에 이어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도 시작 한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두려운 것은 고객일 뿐 아마존은 아니다"라는 말로 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2시간 내 배송서비스는 국내 유통ㆍ물류 업계에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와 티몬 등은 물론이고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배송 속도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특히 물류업계에서는 “유통업체인 쿠팡이 직접 배송을 하는 것을 불법”이라며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 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이 없다고 물건을 대문 앞에 아무렇게나 놓고 가는 일반 배송업체와 달리, 쿠팡이 직접 고용한 배송전담 직원인 ‘쿠팡맨’들은 매뉴얼에 따른 친절한 고객 응대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해마다 적자를 내는 쿠팡이 배송 서비스에 계속 투자할 수 있냐는 게 유일한 문제였는데

쿠팡은 그 해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 1,0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를 발표하며 외형상 이 논란도 잠재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당시 유통업체들은 싫든 좋든 쿠팡의 배송 서비스에 대응을 했어야 했다”며 “특히 쿠팡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을 때는 대형 유통업체들도 쿠팡의 물류 혁신 내용과 성공 가능성을 분석하는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이 된 소셜커머스

쿠팡은 2010년 당시에는 생소했던 개념인 ‘소셜커머스’라는 사업모델을 앞세워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구매하면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낮춰주는 일종의 공동구매 개념인 소셜커머스는 전자상거래 확산과 함께 국내 시장에도 빠르게 안착해 갔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당시에는 소셜커머스에서 구입한 할인 쿠폰을 들고 미용실, 길거리 음식점, 마사지숍 등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쿠팡의 경쟁사인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이 떠오르는 소셜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영업을 시작한 것도 이맘때부터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업계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각광받던 소셜커머스의 전성시대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공동 구매용 서비스와 물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게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셜커머스를 통해 구입한 쿠폰 사용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환불과 반품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지면서 소셜커머스 업종의 매력은 갈수록 떨어졌다.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차츰 G마켓이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업)으로 변신을 꾀하게 된 이유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사업초기 1~2년을 빼고 소셜커머스는 사실상 온라인 쇼핑몰 역할을 하는 오픈마켓과 다를 바 없었다”며 “쿠팡이 올해 초 공식적으로 소셜커머스 업종 포기를 선언했지만 다른 업체들도 사실상 이 사업에서 손을 뗀 상태”라고 말했다.

쿠팡 잠실 신사옥
쿠팡 잠실 신사옥
쿠팡 잠실 신사옥
쿠팡 잠실 신사옥

1조 투자금과 쿠팡의 물류혁신

생존을 위해 오픈마켓으로 변신을 꾀한 소셜커머스 업체 중 하나에 불과했던 쿠팡이 유통업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로켓배송 서비스 때문이다.

김범석 대표는 2015년 ‘친절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를 모토로 내걸고 당일배송에 이어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연달아 도입한다. 쿠팡 배송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호평이 이어지자 김 대표는 2017년까지 배송전담 직원(쿠팡맨)을 1만 5,000명 고용해 이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 하겠다는 사업계획도 발표한다. 이 사업계획에는 전국에 쿠팡 물류센터를 총 21개로 늘려 전국을 당일 배송망으로 묶겠다는 거대 청사진도 포함됐다. 쿠팡을 더 이상 작은 전자상거래 업체로 보지 말라는 김 대표의 선언인 셈이다. 소프트뱅크가 2015년 쿠팡에 투자한 1조원의 자금이 김 대표 사업 계획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쿠팡이 배송 혁신을 바탕으로 국내 유통업계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배송망 구축과 배송서비스 혁신을 쿠팡이 계속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우려감도 동시에 제기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시 1조원의 투자금 만으로 쿠팡이 추진하는 물류혁신 사업이 마무리 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며 “결국 쿠팡이 적자인 사업구조를 얼마나 빨리 흑자로 바꿔놓는 지 여부에 쿠팡 물류혁신 성패가 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적자…버티기 경쟁 들어간 소셜3사

‘매출 1조 9,159억원, 영업손실 5,652억원’

쿠팡은 지난해 적자의 늪을 벗어나는 데 결국 실패했다. 2년간 누적 손실액은 1조 1,000억원에 달한다. 2년전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다 까먹은 셈이다. 실적뿐 아니라 지난 2년간의 사업 과정에서도 아쉬운 점이 드러난다.

쿠팡은 2015년 야심차게 시작했던 로켓배송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9월 종료했다. 쿠팡은 찾는 고객이 많지 않아 서비스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도 서비스 종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쿠팡맨 고용실적도 지난달 기준 3,600명에 불과해 연말까지 1만 5,000명을 고용하겠다던 당초 약속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쿠팡맨 3,600명중 정규직은 33%인 1,200명으로 당초 정규직 전환율 60% 약속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쿠팡측은 적자가 이어지긴 했지만 전년대비 70% 이상 늘어난 매출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현정 쿠팡 홍보실장은 “로켓배송 서비스 등 물류혁신 작업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만큼 쿠팡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며 “창업 초기 투자 받은 금액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올해도 물류관련 투자는 계속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쿠팡의 적자 기조가 단기간에 흑자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쿠팡의 경쟁사인 티몬과 위메프 등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의 실적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각각 1,585억원과 8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쿠팡과 달리 물류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아 큰 규모의 적자가 나지 않았을 뿐, 이들 업체도 창사이래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유통업계는 소셜커머스 3사가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여전히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쿠팡의 투자도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승자독식’ 모델을 노린 전략적 행동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3개 업체가 출혈 경쟁을 하니 적자가 나고 있지만 1개 업체가 시장을 장악할 경우 사정은 달라질 것”이라며 “소셜커머스 업체의 출혈경쟁은 1~2개 회사가 쓰러질 때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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