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창비의 온오프라인 문학잡지 ‘문학3’이 국내 소설과 시를 작가 동의 없이 희곡으로 개작하거나 그림으로 변주해 물의를 빚고 있다. 유명 출판사답지 않은 저작권 인식이라는 비판이 출판계와 문단에서 나오고 있다.
‘문학3’은 최근 임솔아 작가의 단편소설 ‘병원’을 작가 동의 없이 희곡으로 개작한 뒤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창비는 임 작가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임 작가의 저작권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학3’이 시인 김현의 시 ‘형들의 사랑’도 원작자 동의 없이 그림으로 변주해 발표한 사실을 추가로 파악했다. 하지만 시인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비의 저작권 침해는 14일 임 작가가 페이스북 자신의 계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임 작가는 이 글에서 “원작자인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의아했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임 작가는 ‘병원’을 희곡으로 개작한 구자혜 극작가에 대해선 “‘참고문헌 없음’을 가장 열렬히 음해한 바로 그 핵심인물인 ○○○과 함께 연극을 준비해왔다는 걸 알게 됐다”며 “(구 극작가의) 트위터를 보니 ○○○의 ‘참고문헌 없음’(관련 글)을 열심히 리트윗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 작가는 지난해 문단 성폭력 사태 이후 성폭력 피해 관계자들이 쓴 단행본 ‘참고문헌 없음’ 제작 과정에서 피해자의 글을 무단 편집했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문학3’은 지난 15일 홈페이지에 기획위원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18일 임 작가를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과문 발표에도 온라인에 비판이 쇄도하자 ‘문학3’은 24일 2차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신용목 ‘문학3’ 기획위원은 23일 “임솔아 작가의 소설 ‘병원’을 희곡으로 개작하는 과정에서 실무상 실수로 원작자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며 “(기획위원의) 명백한 잘못으로 24일 (강일우)창비 대표이사께 저작권 문제를 상의하고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국일보에 밝혔다.
임 작가는 한국일보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저작권을 보호해야 하는 출판사에서 이런 방식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인 작가를 상대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창비 차원에서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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