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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전국 고교에 세운 ‘작은 소녀상’ 지도에 기록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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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전국 고교에 세운 ‘작은 소녀상’ 지도에 기록해 보니…

입력
2017.04.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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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 이화여고 역사 동아리 '주먹도끼'

편집자주: 이화여자고등학교 역사 동아리 '주먹도끼'는 지난해부터 전국 100개 고등학교에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용인 '태성고등학교'에 작은 소녀상 1호가 세워진 후로 지금까지 40개 고등학교의 교정에 소녀상이 들어섰는데요. 한국일보도 100개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날까지 지도에 참여 학교를 기록할 예정입니다. 지도 위에 찍힌 점은 이미 건립 완료된 학교들로, 참여 학교가 하나둘씩 늘어나 지도가 빼곡하게 채워지기를 바라봅니다.

이화여고 교정에서 만난 역사 동아리 '주먹도끼' 학생들. 왼쪽부터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신윤이, 김로권, 김다은 양. 이혜미 기자
이화여고 교정에서 만난 역사 동아리 '주먹도끼' 학생들. 왼쪽부터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신윤이, 김로권, 김다은 양. 이혜미 기자

"지금 추세라면 올해 안으로 전국 방방곡곡 100군데 학교에 '작은 소녀상'이 들어서지 않을까요?"

전국 100곳의 고등학교에 100개의 ‘작은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당찬 고등학생들이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정동의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정에서 만난 역사 동아리 '주먹도끼'의 김로권, 신윤이, 김다은 양은 인천 신송고로부터 들려온 40번째 작은 소녀상 건립 소식에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이화여고 도서관에 있는 '작은 소녀상'은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건립한 것이다. 이혜미 기자
이화여고 도서관에 있는 '작은 소녀상'은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건립한 것이다. 이혜미 기자

이화여고 도서관에 들어서면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소녀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지난 11월, 이화여고 학생들의 모금으로 건립된 것이다. 살짝 들린 발, 소녀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새의 형상은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빼다 박았다. 가로, 세로 각각 30cm의 작은 소녀상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작품이다. 김로권 양은 "작은 소녀상을 놓을 공간을 고민하다가 학생들이 가장 빈번하게 드나드는 '도서관'에 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먹도끼'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교에 그치지 않고, 전국 고등학교 100곳에 작은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이에 지난해 5월,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 887곳에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절반은 답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10분의 1도 답장이 오지 않았고, 연락이 겨우 닿더라도 학교 측의 반대로 추진이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동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온라인 메시지를 통해 전국 곳곳의 학교 학생회, 동아리 혹은 개별 학생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3개 학교에 작은 소녀상이 들어섰고, 이번 달까지 46개교가 참여하게 된다.

수도권뿐 아니라 제주, 부산, 광주의 고등학교에도 작은 소녀상이 생겼다. 아직 경북과 대구 지역 학교에는 성사되지 못했다. 학생들은 강원도 팔렬고의 소녀상 건립 과정을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팔렬고는 전교생이 49명의 대안학교인 터라 기금 50만 원을 모으기가 녹록지 않았기에 학생들이 텃밭에 나가 농작물을 수확해 방문판매를 하고, 학교 축제에서 삼겹살을 구워 팔기도 했다. 신 양은 "다른 학교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들으면, '일본군 위안부'를 알리기 위해 더 발로 뛰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이화여고 '작은 소녀상'과 '주먹도끼' 학생들. 이혜미 기자
이화여고 '작은 소녀상'과 '주먹도끼' 학생들. 이혜미 기자

언론 보도로 '소녀상 세우기' 활동이 알려지자 "대학 입시에 써먹으려고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김로권 양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였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했을 것이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김다은 양은 "동아리에서 하는 일이라곤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독려 편지를 쓰거나 수요 집회에 참여하는 일인데 보람은 있지만, 성적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올 초부터 '주먹도끼'는 온라인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70일 동안 3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삼아 글을 연재하고 있지만, 마감까지 14일이 남은 현재 목표액보다 4배 이상 많은 1,348만 원이 모였다. 김로권 양은 "펀딩이 마감되면 모금된 돈을 작은 소녀상 건립 지원 활동과 홍보 활동에 쓰고, 나머지는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 밝혔다.

☞ 지도 보기: 학생들이 전국 고교에 세운 작은 소녀상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팔렬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팔렬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김포제일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김포제일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동일여자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동일여자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소명여자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소명여자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당진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당진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합덕여자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합덕여자고등학교의 작은 소녀상. '주먹도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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