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명 당 의사 7명이 상의
폐암센터 협진은 국내 최고
“수술 후 멀쩡하다 잘못될 수도
늘 이상 징후에 유의해야”
“폐암은 참 무서운 암입니다. 조기에 발견해도 재발할 확률도 높고, 약물치료 효과도 좋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폐암진단=사망선고’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죠.”
김영두(47)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다. 이상적인 폐암 치료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전히 잘라내는 것이다. 하지만 폐암은 암이 진행되기까지 증상의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25.1%(2010~2014년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로 췌장암(10.1%) 다음으로 낮다. 불행하게도 폐암환자 4명 중 3명은 5년 내 숨진다.
김 교수는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폐암 3, 4기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폐암 1, 2기 환자는 수술로 완치 가능하기에 조기에 암을 발견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폐암이 재발하는 원인을 찾아 환자 고통을 줄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조기에 폐암을 발견해 힘들게 수술을 받았는데 폐암이 재발해 고통 받는 환자를 수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폐암 수술 후 재발인자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 1명 위해 의사 7명이 모여… 폐암센터, 협진 자부심
어느 병원이나 ‘협진’을 한다고 강조하지만 부천성모병원 폐암센터의 협진에 대한 자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권순석 부천성모병원 병원장이 “우리병원 폐암센터 협진은 국내 최고”라고 말할 정도다.
폐암센터는 ‘환자중심 진료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치료한다. 환자 1명의 진단과 수술을 위해 매주 화요일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 7개 진료과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인다.
김 교수는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7개 진료과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이는 협진시스템은 국내 굴지 대학병원에서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2012년 폐암센터를 열 때 각과 진료교수들과 각 과 이해,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신뢰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자고 합의를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과 전문의들이 다양한 논문과 치료법을 확인하고 협진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치료성과가 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외과의사, 특히 흉부외과 의사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언제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교수도 흉부외과 전문의로 산 20년간 긴장을 푼 적이 없다. 김 교수는 “수술할 때마다 가파른 절벽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라며 “흉부외과 전문의를 택한 업보”라고 말했다.
학부시절, 흉부외과 강의를 들으면서 생사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사다운 의사가 되고 싶어 흉부외과를 택했다는 김 교수. 그는 “지금도 의대 시절 교수님께서 칠판에 그림을 그리면서 열정적으로 수술과 관련된 수업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며 “수업을 듣고 감명을 받았던 친구들이 실습, 인턴을 거치면서 흉부외과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참 순진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X선 촬영을 통해 결핵 유무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결핵이 발병 없이 자연 치유가 돼도 후유증 때문에 기관지 확장증, 폐기종 등에 노출돼 가벼운 감기에 걸려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급성 폐렴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감기에 걸렸을 때 누런 가래가 나오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마일 서전 “환자 불만이 치료의 결정적 단서”
김 교수는 병원에서 ‘침착하고 친절한 흉부외과 의사’로 유명하다. 병원에서는 그를 ‘스마일 서전(smile surgeon)’으로 부른다. 실제 김 교수는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진료진과 간호사들은 수술방에서 그가 역정을 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수술방에서 외과의사는 독재자처럼 군림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나를 돕는 진료진과 간호사들이 진심으로 나를 돕지 않는다”며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늘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게 “환자의 불만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강조한다. 환자의 작은 불만이 향후 환자치료에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폐암 환자 중에는 수술 후 아무 문제없이 병실로 이동했다가 심정지가 발생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회진 시 환자에게서 이상 징조가 느껴지면 발걸음을 옮겨 다시 진찰하거나, 추가 검사를 지시한다”고 말했다.
최근 평생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는데도 폐암에 걸린 여성 환자가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지난 4년간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여성 환자가 10명 중 3명이었다. 여성 환자의 88%는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비흡연자였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폐암에 걸린 여성 환자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폐암치료 전문가인 김 교수의 답변은 그야말로 ‘쿨’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폐암에 걸린 여성 환자들은 ‘죽도록 고생해 자식들을 대학 보내고,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살았는데 억울하다. 원인을 밝혀 달라’고 합니다. 원인이요? 저도 아직 모릅니다. 물론 억울하죠. 하지만 폐암에 걸린 것을 인정하고 빨리 치료를 해야 완치가 가능합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