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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한빛 PD의 비극은 '방송계 민낯'

입력
2017.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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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PD가 제작에 참여했던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촬영 현장. tvN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PD가 제작에 참여했던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촬영 현장. tvN 방송화면 캡처

지상파 방송 한 예능프로그램의 ‘막내 작가’인 1년 경력의 A씨(23)는 1인 다역으로 일하고 있다. 방송 자료수집과 자료조사, 보도자료 작성을 넘어 출연자 일정과 협찬회사 관리도 그의 몫이다. 이도 모자라다 싶었는지 프로그램 홈페이지 관리까지 떠맡겨졌다. 요즘에는 일이 하나 더 추가됐다. 영상 편집본을 보며 자막을 넣는 일이다. 방송사 PD 2명과 편집감독 4명이 있지만 어느새 자막 입력은 A씨 차지가 됐다. 10여분짜리 영상에 자막을 넣기 위해 10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영상을 봐야 하는 A씨는 “프로그램 자막만 봐도 토할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CJ E&M에 막 입사해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한빛 PD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방송계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일에 치여 고통을 토로하다 세상을 등진 이 PD의 불행은 동료 PD 뿐 아니라 방송작가 촬영감독 등 방송계 여러 스태프들의 현실과 포개진다. 케이블방송 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방송(종편) 등 방송계 전반의 고질이라는 게 지배적인 목소리다. 방송계의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타까운 죽음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안타깝게도 방송계에는 이 PD 같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고 훨씬 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넘쳐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 ‘방송 영상 스태프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2011)에 따르면 방송 인력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0.4시간이고, 월 평균 수입은 약 159만원이다. 방송 종사자 중 40% 이상이 월 100만원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수준이 낮은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권리를 인정받는 경우도 드물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독립PD 노동인권 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방송사에 속하지 않은 독립PD의 계약 방식 대부분은 구두계약(47.4%)으로 이뤄진다. 특별한 계약 없이 일을 하는 경우도 30%에 육박한다.

방송가에서 ‘을’ 중의 ‘을’로 꼽히는 막내 작가들의 삶은 더욱 비참하다. 언론노조의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2016)에 따르면 월 평균 150만원 미만을 받는 막내 작가들이 73.5%에 달하고, 막내 작가 58%가 주당 평균 40시간 이상을 일했다. 주 5일 근무와 주 40시간 근무는 그들이 만드는 프로그램 안에서나 실현 가능한 이야기에 그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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