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본부장에 물어봐라” 등
일부 감정적 답변 모습 보여
유승민은 문재인, 심상정은 안철수 공략
25일 4차 TV 토론회에서 5명의 대선 후보들은 앞서 3번의 토론회가 네거티브 공방전으로만 흘렀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책 토론에만 집중하려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토론 중반 주도권 토론으로 들어가자마자 감정싸움도 반복됐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구체적인 설명은 회피하는 등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다. “벌써부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토론에서도 집중 타깃이 된 문 후보는 상대 후보들을 향해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말하라”고 반격하는 등 공세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불리한 답변에 대해선 충분한 설명 없이 상대 후보를 무시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해 논란이 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문 후보의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의 예산 소요문제를 거듭 추궁하자 문 후보는 “(우리)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시라”고 답해 토론회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유 후보가 “매너가 아니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문 후보는 “인정하든 안 하든 이미 공약 발표 당시 설명했다. 이제 그만하자”는 수준으로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문 후보의 헛발질도 두드러졌다. 유 후보가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한국을 빼놓고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문 후보는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모르겠다”고 말해 방청석이 술렁거리기도 했다. 문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640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을 거듭 제기하자 “이보세요”라고 말을 끊으며 발끈하는 등 여과 없이 감정을 노출시켰다. 이에 홍준표 후보는 “아니 말씀을 왜 그렇게 버릇 없이 하느냐. ‘이보세요’ 라니”라고 맞받으며 서로 얼굴을 붉혔다.
3차 토론회에서 ‘갑철수’ 등 주제를 벗어난 문제제기로 눈총을 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이 TV토론에 실망하고 있다. 저부터 책임감이 크다”며 정책 토론을 다짐했다. 안 후보는 중국과의 정상외교에서 미세먼지 등 환경이슈를 추가하자는 제안을 하고 나머지 대선 후보들의 동의를 구하며 정책 토론을 주도하려는 모습이었다.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에게 일자리 및 북핵 해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 묻는 등 정책통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사회자 역할을 자처했다. 문 후보와 유 후보가 일자리 공약 재원을 두고 대립하자, 문 후보를 향해 “책임 있게 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방을 정리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날 토론회에선 각 후보들 간의 엇갈린 전선도 흥미를 끌었다.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에게만 질문을 쏟아내며 문재인 저격수를 도맡았다. 심상정 후보는 매 코너마다 안철수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안철수 전담 마크맨으로 전략을 수정한 모습이었다. 심 후보는 안 후보가 제시한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 해법에 대해 “사장님 마인드다”고 직격했고, 군사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자강안보는 “자학안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군 가산점제와 동성애 문제 등 틈새 이슈를 제기한 것 이외에 토론에서 눈에 띄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분위기를 풀어주는 발언으로 감초 역할을 했다. 홍 후보는 밤샘토론을 할 수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저는 졸려서 집에 가겠다”는 황당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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