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계엄군 헬기 사격 증언 허위” 주장
고인 조카 “사자명예훼손” 광주지검에 고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게 “가면은 쓴 사탄”이라고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27일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실명으로 지목하며 “가면을 쓴 사탄(이거나) 또는 성직자가 아니다”고 했다. 또 “조비오 신부는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허위 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영대 신부와 5ㆍ18기념재단은 5ㆍ18 당시 계엄군이 헬기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높다(1월 6일자 22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첫 공식 보고서와 과거 재판에 사용됐던 자료 등을 고소장에 첨부했다.
앞서 5ㆍ18기념재단과 5월단체들은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전 대통령은 역사를 농단하는 회고록을 즉각 폐기하고 광주시민과 역사 앞에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씨가 자신을 ‘5ㆍ18의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 됐다’고 표현하는 등 교묘한 변명으로 5ㆍ18에 대한 책임을 부정했다”며 “특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양심에 따라 진실을 증언한 수많은 이들을 욕보이고 심지어 고인의 명예까지 훼손하는 등 참담한 패악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어 “그는 ‘헬기 기총소사’를 부정하면서, 성직자로서 양심의 요청에 따라 헬기에서의 사격이 있었음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와 고 피터슨 목사 등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까지 욕보였다”며 “우리는 전두환이 더 이상의 기만과 망언을 그만두고 인생의 남은 시간을 진지한 반성에 쏟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기념재단은 전 전 대통령이 5ㆍ18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는 만큼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전두환 회고록 판매ㆍ배포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낼 예정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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