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떨어진 후 물과 소금만 먹었다”
체중 30㎏ 빠지고 여자친구 사망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연락이 끊긴 대만인 량성웨(21)가 실종 47일 만에 극적 구조됐다. 동행했던 여자친구 류천춘(19)은 구조 손길이 닿기 사흘 전 안타깝게 눈을 감았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대학생인 이들은 지난 3월 히말라야 산맥의 한 봉우리로, 인기가 덜해 사람이 덜 붐비는 가네시히말산을 오르다 눈보라에 길을 잃었다.
가족들은 이들이 연락하기로 약속한 3월 10일 전화를 걸지 않자 기다리다 5일 뒤 당국에 구조 요청을 했다. 네팔 경찰은 전문 가이드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강설과 간간이 이어지는 눈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작업 참가자는 “이들이 대만인 친구가 있는 마을을 찾아 강을 따라가다가 미끄러지면서 동굴 같이 생긴 곳에 떨어지는 바람에 위로 올라오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조난 이후 배낭에 챙겨온 감자와 국수 등을 조금씩 꺼내먹으며 약 2주를 지냈다. 나중에는 식량이 다 떨어져 물과 소금만으로 버텼다.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하지 않아 오직 서로에게만 의지해야 했다. 그러나 류천춘은 40여일을 버티다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량성웨는 홀로 시신 곁에서 3일을 더 보내다 구조대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량성웨는 평소 체중에서 약 30㎏가 빠진 상태였으며 머리에는 이가, 오른쪽 다리에는 구더기가 득실했다.
구조대는 량성웨를 헬리콥터에 실어 카트만두 도심 병원으로 옮겼다. 의사는 “정신적 외상이 생긴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몸 곳곳에 벌레에 물려 생긴 상처가 있으나 거의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량성웨는 “산 위가 몹시 추워 좀처럼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이따금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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