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 100일을 앞두고 법인세율을 반 토막 내는 등 사상 최대 수준의 감세 방안을 발표했다. 고소득층을 위한 개혁이라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감세’ 논란도 커지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미 역사상 최대 감세이자 세금 개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첫 조세개편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29일)을 사흘 앞두고 나온 개혁안은 1986년 세제 개편 이후 최대 규모의 세법 개편안으로 ▦법인세율 35%→15%로 인하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및 과세 구간 축소 ▦상속세 및 부유층 전용 대체최저한세(AMT) 폐지 ▦자본소득세 인하 등이 담겼다. 므누신 장관은 “정부의 구상으로 미국 경제는 매년 3%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역시 기업 감세 조치다. 법인세 15%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첫 100일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으로 중ㆍ일의 법인세율은 20%대, 영국과 독일은 1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 싱크탱크 조세재단은 법인세 축소로 “향후 10년간 2조2,000억달러(2,483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그만큼의 경제 성장이 뒤따를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조세 제도의 소득 재분배 기능도 대폭 사라진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은 일제히 “부유층에 혜택이 몰리는 구조”라고 공격했다. 이번 개편으로 최고세율은 현행 39.6%에서 약 5%포인트 낮아진다. 천문학적인 자본 소득을 얻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편의 직접 수혜자가 된다는 점에서 ‘제 배 불리기’ 논란도 불가피하다.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조세 계획은 최고 부유층과 대기업만 배 불리는 ‘조작된’ 경제를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반발해 격론을 예고했다.
발표 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른바 ‘국경세’는 자취를 감췄다. 수입품은 과세하고 수출품은 면세하는 내용의 국경세는 수입업체 등 무역업계의 거센 반발 끝에 도입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정부가 법인세ㆍ소득세 인하로 인한 세수 결손을 국경세로 보전할 것이라 밝혀 온 만큼 재정 균형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 이날 북미 3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개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NAFTA 재협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후 트위터를 통해 “모두에게 공정한 협정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나프타를 폐기하기로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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