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표심 하루 사이에도 10%P 차
“지역별 100명 표본 조사의 한계”
20대 여성층서도 이해 힘든 결과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인쇄소에서 관계자가 투표용지 인쇄 상태를 살피고 있다. 류효진기자
쇼트트랙처럼 짧아진 이번 대선에서 TV토론과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극대화하고 있다.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여론조사를 통한 TV토론 평가가 판세를 뒤흔드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별, 세대별 여론조사 수치는 실제 표심과 동떨어진 방향도 없지 않다. 특히 하루 사이에 수치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결과들이 나타나면서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2인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 수치만으로는 대구ㆍ경북(TK)의 표심을 읽을 수가 없다. JTBC와 한국리서치가 2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TK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2.4%로 1위를 차지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5.9%)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0.3%)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26일 같은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27.7%로 1위를 차지한 반면 홍 후보(21.7%)와 문 후보(18.1%)가 2, 3위를 기록했다. 28, 2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홍 후보(36.8%)가 문 후보(24.3%)와 안 후보(17.7%)를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조차 조사기관마다 들쭉날쭉한 결과가 나오고, 심지어 같은 조사에서도 며칠 사이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지지율 격차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류재성 계명대 교수는 “표본 분석을 더 정확히 해봐야겠지만, 지역별로 100명 안팎으로 이뤄지는 조사의 한계가 결과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부 여론조사의 성별, 세대별 결과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갤럽이 25~27일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 문 후보(44%)가 안 후보(16%)를 28%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20대를 성별로 나눌 경우, 남성 층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같은 반면, 여성층에서 문 후보로 격차가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지녔다는 점을 감안해도, 20대 전체 지지율 격차와 비교했을 때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도ㆍ보수층이 실제로 표심을 정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라는 반박도 하고 있다. 지역이나 성별, 세대별로 세분화한 영역에서 비정상적인 수치가 나오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판단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및 미국의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가 크게 빗나갔던 세계적인 경험이나 국내 여론조사 기관의 20대 총선 예측을 두루 감안할 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 상 잡히지 않는 변수가 많다는 점은 결과에 미칠 영향력의 크기도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을 얘기한다”면서 “당장의 수치보다 추세로 결과를 예측하는 여론조사의 특성 상 오히려 이번 선거가 예측이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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